암호화폐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2018년을 시작했다. 시장에선 엄청난 가격 급등과 그에 따른 투자수익 기대감이 고조됐다. 흥분한 투자자들은 “달나라에 가자”거나 “람보르기니를 사자”고 떠들고 다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일확천금의 기대는 먼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7,000억 달러(약 790조 원) 이상이 증발했고, 암호화폐 가격은 80% 이상 폭락했다. 많은 초보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낸 후 시장을 떠났다.

 

지난해 1월, 사상 최대의 해킹 사건이 터졌다.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체크(Coincheck)는 5억 달러(5,630억 원)가 넘는 암호화폐를 분실했다. 2월 초가 되자 비트코인 가격은 60% 이상 폭락했고, 대부분의 암호화폐공개(ICO)에서 목표에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1년 동안 하락세를 겪었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업계에선 다수의 중요한 발전이 있었다.

 

지난해 3월에 열린 선진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는 “암호화폐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해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FSB의 입장 표명은 아직 초기 단계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월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의 아데나 프리드먼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나스닥도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 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만 이는 소문으로 끝났다. 골드만은 이와 관련해서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기대감은 시장의 추가 추락을 막지 못했다.

 

2018년 중순에 페이스북과 구글이 암호화폐 광고를 금지했지만, 여전히 그들 플랫폼에서 관련 사기가 만연하도록 방치했다. 이후 양사는 그들이 사용자들에 대한 어떤 도덕적 의무보다 암호화폐가 가진 힘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암호화폐 광고 금지를 일부 철회했다.

 

8월이 되자, 규제 당국이 시장에 끼어들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의 개입 무게감이 가장 컸다. 미국에선 윙클보스 형제들의 ETF(주가지수펀드) 상장 요청을 포함해서 9건의 상장 요청이 거부됐다. 윙클보스 형제들은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인 제미니(Gemini)를 설립하고,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라는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한 암호화폐 제미니달러(GUSD)를 상장시켰다.

 

9월과 10월이 되자 시장은 10주 동안 안정세를 보였다. 이 시간 동안 암호화폐 가격은 횡보하면서 큰 변동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10월은 또한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개념의 최초 제안자 나카모토 사토시(Satoshi Nakamoto)가 비트코인 백서(비트코인 출범을 선언한 논문)을 발표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시기였다.

 

11월에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hardfork), 즉 분할해 거래되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캐시(Bitcoin Cash)가 등장했다. 비트코인의 경쟁화폐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자 암호화폐의 하락 속도는 가속화됐고, 11월 중순이 되자 불과 수주 만에 가격은 반토막 났다.

 

12월에도 암호화폐 가격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주류 언론들은 암호화폐의 암울한 전망을 담은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선 중국이 강도 높은 암호화폐 규제를 이어갔고, 인도도 중국에 못지않게 통제를 가했다. 한국과 일본은 자국 투자자들을 비트코인 사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제 방안을 만들었다.

 

다만 싱가포르는 이 지역에서 블록체인 허브로 자리매김했고, 태국과 필리핀 역시 2018년 디지털 자산에 대해 보다 우호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코인베이스, 바이낸스(Binance), 후오비(Huobi) 등 대형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하락장세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스위스와 몰타는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핀테크 회사 리플(Ripple)은 자사 결제 네트워크에 100곳이 넘는 은행 제휴사들을 합류시켰고, 이 회사가 만든 암호화폐인 XRP는 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ICO 시장이 멈춰 섰고, 아직까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이더리움(Ethereum)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2018년, 주류 언론은 암호화폐 시장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은 괴짜들이 컴퓨터를 갖고 차고에서 개발하던 ‘무엇’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암호화폐에 친숙해졌다.

 

지난 1~2년간 비트코인은 먼 길을 걸어왔다. 지난 1년 동안 사람들은 시장에 낀 거품을 보고 환상에 젖었으며 1990년대 인터넷을 떠올렸다. 이런 그들의 믿음이 옳다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앞으로도 먼 길을 걸을 것이다. 그들의 여행은 이제 막 시작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