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러시아와 관련해 많은 부정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례가 없는 4기 집권에 성공했고, 러시아와 미국․유럽 사이의 긴장 관계는 지속됐다. 런던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신경가스 공격을 받자 이것을 러시아 소행으로 본 영국은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물론 이처럼 부정적인 소식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작년 여름 러시아는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개최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 만 명의 축구팬들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종종 적대적이었던 해외 언론들마저 성공적인 개최 사실을 인정했다.

 

작년에 일어난 몇 가지 이슈에 대한 관심은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이후 높아진 양국 간 긴장은 이어지고 있고, 러시아의 시리아 군사 주둔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며 서방 국가들과 맞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연금제도 개편 등과 관련된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해결 기미 안 보이는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

러시아 해안경비대는 지난 11월 케르치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을 무력을 동원해 나포한 뒤 인접한 크림반도의 케르치항으로 끌고 가 지금까지 억류해놓은 상태다. 이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서양 우방국들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함정 나포 사태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남부 지역을 잇는 다리 건설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갈등이 고조됐다. ‘크림 대교’로 불리는 이 교량의 길이는 유럽을 통틀어 가장 긴 다리인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 가마 대교보다도 긴 19km에 달한다. 흑해와 아조프해 사이 해협을 가로지르는 이 대교는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주와 크림반도의 도시 케르치를 연결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것을 자신의 큰 업적으로 평가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크림 대교 건설 프로젝트로 인해 주변 환경이 피해를 입었으며, 대형 선박들이 더 이상 이곳을 통해 아조프해의 항구로 향하지 못하게 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크림반도 부근에서 계속해서 군사적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이미 나포한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선원들에 대한 기소 의지를 분명히 밝혔는데, 선원들이 기소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서 3월 31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친 러시아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상황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러시아는 크림반도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게 됐다. 둘째, 우크라이나를 불안한 상태로 유지해서 득을 볼 수 있다.

 

시리아 문제도 까다롭다.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을 환영했지만 러시아 군 장성들의 마음은 편할 리가 없다. 그들 머릿속엔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체첸에서 일어났던 유혈 사태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극도의 피해의식에 빠졌다. 러시아가 분쟁 지역에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고, 가끔 힘든 일을 용병들에게 맡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러시아 군인 사상자 수를 줄일 수 있는 한 국내 소수 야당을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이란-시리아 동맹을 위해 상당한 외교적 수완을 발휘했고, 미군이 철수할 경우 러시아와 이란이 시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외국군으로 등극하게 되지만 일반 러시아 국민들에겐 시리아 내전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한 회교국 얘기일 뿐이다.

 

중국과의 연대 모색 강화

서양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고 하자 러시아는 중국과의 연대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 영토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에 속해있고,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이웃국가다.

 

과거 중․러 관세는 심한 부침을 겪었지만 이제 양국이 힘을 모아 서양 국가들에 맞서려고 하면서 양국 관계에 다시 봄기운이 흐르고 있다. 따라서 상호 투자와 무역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상호 무역액은 870억 달러에 이르렀고, 2018년에는 전례가 없는 수준인 1,000억 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월 사이의 무역액만 놓고 봤을 때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 26%가 늘어난 77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중국과의 가스 협력도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시베리아를 거쳐 중국으로 나르는 PNG 프로젝트인 ‘파워 오브 시베리아’(Power of Siberia)가 올해 10월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구상 최대 개발 프로젝트”라고 호평했던 이 대규모 프로젝트 건설은 2014년 9월 시작했다. 수송관 길이만 무려 4,000km에 이른다.

 

중국과 러시아는 무역거래 대금 결제에 위안과 루블 사용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말까지 관리들은 달러 대신 루블과 위안만 써서 하는 거래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

 

커지는 국민들의 불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대담하게 추진하려는 데는 작년 급락한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해외, 특히 구소련 지역들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국내 문제 해결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

 

연급 수령 시점을 지금보다 5년 늦추는 연금개혁과 의료보건, 교육, 인프라 부문 개선 계획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부가가치세 인상 등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80%대를 자랑하던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도 60%대까지 급락했다. 연금개혁에 반발한 시위는 월드컵 기간 중에도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공동주택 거주 비용 인상 계획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국방비를 줄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런 국내 이슈들에 대한 반발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치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야당이 사실상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강력한 군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라도 국민들의 반발로 인해 어떤 심각한 영향도 느끼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 전망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상황이 아주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제재를 놀랄 만큼 잘 견뎌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내수 회복과 연료비 상승 덕에 러시아 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러시아 경제는 1.5~1.8%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은 5.1%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 러시아가 이처럼 긍정적인 경제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가스와 석유류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이는 러시아가 통제할 수 없는 다른 변수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러시아에겐 은행 부실 해결이 급선무다. 최근 다수의 중소 민간은행들이 파산했다. 러시아 은행들은 부실채권과 수익성 저하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와 기업인들 모두 은행 신용과 대출 관련 리스크를 예의 주시 중이다. 러시아 정부는 부실은행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다만 대규모 외환보유고와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 그리고 건전한 재정상태 등은 러시아 금융부문에 굳건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