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마지막 달, 미국 증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미․중 간 무역 전쟁, 로버트 뮐러 특검의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수사, 그리고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의 불확실한 통화 정책, 영국이 아무 협상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no deal)’ 가능성 등이 모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 이런 상황이 싫어서 투자자들에게 증시 매도를 권했다. 중국을 위시한 신흥시장 증시는 미국 증시보다는 선전했지만, 그건 큰 위안이 안 된다. 증시가 하락하자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국채 투자자들은 이득을 보고 있다.

 

미국 증시 급락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정치적 이유들이 많지만, 증시를 취약하게 만드는 다른 중요한 이유도 존재한다. 바로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 대부분이 극소수의 기업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래 차트는 S&P500 지수 편입 기업들 전체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을 자기 자본으로 나눈 비율)에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는 기업들의 누적 기여도를 보여준다. 나는 우선 지수에서 각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ROE를 곱한 뒤 가장 높게 나온 누적 합을 더했다. 결과는 유익했다.

 

Cumulative contr to RoE

S&P500 기업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인 홈디포는 지수 전체 ROE의 17퍼센트를 차지한다. 애플을 합치면 이 수치는 23퍼센트로 올라간다. 버라이즌을 더하면 수치는 다시 26퍼센트로 높아지고, 아마존을 넣으면 29퍼센트,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붙이면 다시 수치는 32퍼센트로 상승하는 식이다.

 

역사적 기준에서 봤을 때 미국 증시는 저렴해 보인다. 블룸버그의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에 따르면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를 약간 넘는 수준에 그친다.

 

S&P PE trailing – Bloomberg estimate

하지만 총계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사람들이 미국 증시에 투자할 때 전체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개별 주식을 산다. 이런 시장을 믿기 위해선 홈디포 같은 대형 소매업체들과 애플과 아마존 같은 기술 기업들, 그리고 존슨 앤드 존슨이나 프록터 앤 갬블 같은 소비재 업체들, 그리고 마스터카드 등의 초대형 금융회사들이 계속해서 엄청난 이익을 올려줄 거라고 믿어야 한다.

 

단언컨대, 과거 10년 동안 있었던 이들 기업들의 지배적 독점이 더 오랫동안 지속되리라고도 믿어야 한다.

 

17곳의 시장 지배 기업들이 S&P500 기업들 ROE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S&P500에 등을 돌려야 할 이유가 17개가 된다는 뜻도 된다.

 

홈디포는 위대한 회사다. 하지만 지금처럼 300퍼센트의 ROE를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 홈디포의 ROE는 고점 때와 비교해서 20퍼센트가 내려왔다. 마치 떨어지는 칼날 같은 모습이다.

 

애플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중국의 화웨이는 심지어 ‘하이엔드(high-end)’ 시장에서도 애플의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애플은 수익성이 높지만 떨어지고 있는 핸드셋 사업을 대체할 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행 ROE가 12.5배에 불과한 이상, 애플의 주가는 상당히 저렴해 보인다. 하지만 서둘러 애플의 주식을 살 이유는 없다. 여전히 문제점이 많아서다.

 

버라이즌 주식은 채권에 더 가깝다. 이 회사는 4.3퍼센트의 배당금을 지급하며, 선행 ROE는 12.5배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휴대폰 요금이 떨어지고 있고, 독점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는 게 문제다.

 

아마존은 가히 ‘변혁적(transformational)’ 시장 선도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1,500달러(한화 약 170만 원)가 넘는 지금의 주가는 부풀려졌다. 내 생각에 아마존의 적정 주가는 1,200달러 수준이다. 아마존의 현재 주가는 매출이 20퍼센트씩 고도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아마존은 ‘박리다매’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향후 10년 동안 아마존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3퍼센트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계속해서 죽었다 살아나면서 개인용 컴퓨터(PC) 세계에서의 독점을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고점 대비 10퍼센트 정도만 떨어지며 다른 기술 기업들에 비해 선전했다.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당장 매도해야 할 이유가 없지만 앞으로 무슨 일인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의심을 떨쳐낼 수 없다.

 

지금까지 사실상 시장 독점을 통해서 ‘위대한’ 증시 호황을 이끈 위대한 기업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모든 독점은 사라지는 법이고, 이들 기업들 중 일부의 독점도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무역 전쟁이 아니라 기술 전쟁이다

 

마이클 모렐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에 게재한 사설에서 중국 기업이 미국의 중요 산업을 지배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미국의 의지를 지적했다.

 

“작금의 기술 냉전이 조만간 끝날 가능성이 낮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우리가 기술 분야를 (중국에) 내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한 우리가 5G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건전한 경제적․기술적 정책과 함께 최고의 정치력, 외교력, 첩보력, 법 집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수익성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비용 하락을 특징으로 하는 전 세계 공급망에 의지해왔다. 전 세계 공급망이 무너질 경우 다수의 기업이 볼 수익성 차원의 피해는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것이 증시 밸류에이션의 위험 요인이다.

 

미국은 과거 화웨이가 어떤 기술을 훔쳤는지 여부보다는 획기적인 5G 기술 적용 부문에서 보이고 있는 확실한 기술적 진보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

 

약세장으로부터 숨을 곳이 없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가장 부진한 분야는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았던 유틸리티와 부동산 투자신탁 분야다.

 

이 두 분야는 보통 안전자산인 채권 같은 성격의 주식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증시 하락에 따라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도 채권 같은 성격을 가진 걸로 평가되는 주식들은 전체 증시보다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정반대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많다. 첫째, 증시 펀드들이 환매 요구에 시달리고 있어서 위험 자산뿐만 아니라 안전한 주식까지 팔아야 해서다. 둘째, 투자자들이 부동산도 위험하지 않은 자산임을 눈치 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리츠(REITs), 즉 부동산투자신탁에서 가장 투자 성과가 부진한 곳들이 쇼핑몰 소유 기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