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무역 흐름의 변곡점을 알려주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규모가 큰 개방 경제라서 그렇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믿을만한 이 조기경보시스템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 실적은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12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대중국 수출 감소, 유가 하락,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 등이 빚어낸 결과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조차 밑돈 12월 수출액은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올해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과 국가들이 점점 더 위험해보인다”고 한 경고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한국의 대내외 경제 여건이 올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 경제는 봄기운 속에서 새해를 시작했다. 11월 30일, 아시아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4년 만의 인상이었다. 이 같은 금리 인상은 이제 한국이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동원한 비상 부양책이 없어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성공 부족

중국인민은행과 일본은행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부양책을 거둬들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으로 아시아 공급망이 타격을 받자 한국의 피해가 드러나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어려운 대외 여건에 집중되고 있지만, 한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경제 재균형에서 얼마나 미흡했는지 상기시켜준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전 대통령도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들을 보호하고 중산층 소득을 늘리기 위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 경제위로 높이 솟아 혁신 산소 대부분을 독차지하는 가족 소유의 거대 기업, 즉 재벌이 가진 힘을 뺏어야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경제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오히려 규제하겠다고 했던 재벌에 의지했다.

 

문 대통령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재벌의 콧대를 꺾기보다는 그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주는 쪽으로 움직였다. 또한 기업들의 반발에 굴복해 심지어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수 성향의 박 전 대통령 못지않게 빨리 진보 성향의 문 대통령도 ‘행동주의’에서 ‘타협주의’로 급변했다.

 

문 대통령은 12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을 주는 실망스런 발언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더 많은 활력을 창출하기 위한 계획 추진에 필요한 착수금에 불과했다. 한국은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 올렸고, 2020년까지는 1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실질적인 변화

하지만 감세 조치와 규제 완화를 통해 창업 붐을 조성하는 한편,  반독점 정책을 늘리는 조치들을 취해야 진짜 상을 받을 자격이 된다. 또 임금 인상과 신사업 투자에 쓰일 수 있는 기업들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에 과세해야 그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친한 기업들 사이의 순환출자와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재벌 가족들에게만 유리한 내부 M&A도 단속해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재벌들이 자격 유무와 상관없이 2세나 3세에게 기업을 세습하는 걸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기업 투명성 제고 조치들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계획처럼 기본적인 계획조차 밀어붙일 수 없다면, 투자자들은 그가 어떻게 한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에 비해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앨 거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재벌들은 전반적 사업 위축 가능성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한다. 임금 인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중소기업 사주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상당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그들에게 유리한 보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한 대담한 조치들을 취해서 그들을 안심시켜줘야 할 이유가 더 많아진 것이다.

 

개혁이 사라진 지대

박 전 대통령 시절엔 아무 개혁도 추진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임기도 변화가 실종된 시간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여전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작년 중순 80%에 도달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로 떨어졌다.

 

경제 우려가 남북 평화를 둘러싼 기대감을 뛰어넘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6%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 압력이 발생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올해 2% 중반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주요 기관들의 전망도 상당히 낙관적인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한국 이외 다른 나라 경제에도 불길한 징조다. 한국 경제가 겪는 변화는 지금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있어야 할 때임을 시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