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개발되기 근 170년 전, 언론인인 찰스 맥케이는 “사회 전체가 한 가지 대상에 꽂혀 그것을 추구하다가 미쳐갈 수 있는 길”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한 가지 착각에 빠진 채 그것보다 더 매력적인 어떤 새로운 바보 같은 일에 혹할 때까지 그것만을 쫓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1841년 출간한 저서 “대중의 미망과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에서 일련의 투기적 거품을 지적했다. 그가 말한 투기적 거품이란 사람들이 어느 순간 멈출 때까지 계속해서 가격을 올려가며 물건을 매매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그가 인용한 가장 잘 알려진 거품 사례는 17세기 초 네덜란드를 휩쓸었던 ‘튤립 투기 광풍’이다.

 

당시 튤립의 유근, 즉 뿌리 가격은 개당 2만 5,000 플로린, 즉 오늘날 화폐 가치로 3,950만 원까지 올랐다가 폭락했다.

 

비트코인 거품은 튤립 투기 광풍뿐만 아니라 맥케이가 지적했던 다른 모든 거품 사례를 능가한다. 이것은 19세기 이후 가장 극단적인 거품일 수도 있다. 불과 4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2,800퍼센트 가까이 속등하면서 2017년 12월 1만 9,783달러(한화 약 2,227만 원)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로 가격은 80퍼센트 폭락했고, 11월 6,0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던 가격은 12월 중순 3,5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 정도 가격만으로도 2,0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2017년 5월 이전 비트코인을 샀던 사람들은 여전히 짭짤한 이익을 올린 셈이다. 비트코인은 2016년 5월 이전에는 심지어 500달러 미만의 가격에 거래됐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계속해서 하락하기만 할까? 무엇이 비트코인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투기적 가격 거품과 폭락 원인부터 이해해야 한다.

 

자산 가치에 끼는 거품

 

우리는 일반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 거품만을 생각하지만 부동산이나 튤립 구근 같은 상품 등의 물리적 자산에도 거품이 낄 수 있다.

 

거품은 사람들이 뭔가에 지불하려는 가격이 그것의 ‘내재 가치’와 큰 차이를 보일 때 끼기 시작한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자산 가격이 항상 상승하고, 신용을 빌리기 점점 더 쉬워지는 상황에 익숙해질 때 거품이 끼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 신기술 개발 같은 중대한 혁신 내지 와해가 더해지면 본격적으로 거품이 형성된다. 19세기 철도, 20세기 초 전기, 그리고 20세기 말 인터넷의 등장 등을 생각해보자.

 

처음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런 신기술에 신중하고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초기 철도 투자는 제한적인 경쟁 상황 하에서 일어나면서 수익성이 높은 노선에 집중됐다. 그러자 그것은 점차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철도 투자 수익이 올라가자 투자는 늘고, 배당금 지불액은 상승하고, 소비자 지출도 증가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철도 투자에 대한 신뢰감은 더욱 고조됐다.

 

여건이 허락할 경우 이런 상황은 경제 역사가인 찰스 킨들버거가 말한 ‘도취(euphoric)’의 시기로 발전한다. 이때 투자자들은 자산을 더 높은 가격에 ‘더 대단한 바보’에게 팔아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능력에 집착한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은 배당금이나 임대 소득 같은 잠재적 현금 흐름에 따른 이익 등의 ‘펀더멘털한’ 동기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자본이익을 추구하려는 ‘투기적’ 동기에 매료된다.

 

가격이 상승하면 더 많은 투기세력이 등장하고, 가격은 추가 상승한다. 신기술의 의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극단적으로 올라간 가치를 합리화시킨다. 가격이 추가로 올라갈 명분이 약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렇다.

 

정부 정책의 변화나 기업의 갑작스런 파산 등 가격 상승을 중단시킬 일이 일어날 때까지 지속적인 가격 상승 선순환은 지속된다. 종종 신용이 이런 선순환을 돕는다.

 

자산 가격 상승세가 중단됐을 때 돈을 빌려 자산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채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손실을 줄이려고 자산 매도에 나선다. 이로 인해서 가격 차트가 무너지면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 수가 늘어난다.

 

비트코인의 거품과 추락

 

암호 화폐 시장 관찰자들은 이런 이야기가 낯익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역사상 최장기 경재 팽창이 일어난 뒤 등장했다. 돈을 빌려서 투자하기도 쉬웠고, 전 세계적으로 금리는 5,000년의 문명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가격이 급등하자 비트코인은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고, 투기세력들은 비트코인 시장에 몰려들었다. 일부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마저 등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암호 화폐 규제 강화,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 도입 가능성, 대규모 비트코인 절도 사건, 거래소의 거래 중단 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중단됐다.

 

유동성이 풍부한 주식시장도 급락할 수 있는 마당에 비트코인 시장처럼 자산의 현금화가 쉽지 않은 비유동적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 강도가 잔인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전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이 그런 사례다.

 

비트코인은 특히 비유동적이다. 다수의 상이한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고, 거래비용이 종종 상당히 높고, 블록체인의 거래 기록 능력이 제한적이라서 그럴 수 있다.

 

거품이 터졌을 때의 충격

 

거품 붕괴의 충격은 실로 잔인할 수 있다. 1929년 주식시장 붕괴는 1930년대 일어난 대공황의 전조였다. 1989년 이후 일본의 자산 가치 붕괴는 10년 동안 이어진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의 시작을 알렸다. 2000~2001년 일어난 닷컴 거품 붕괴는 8조 달러(약 9,000조 원)의 재산을 날려버렸다.

 

붕괴의 영향 정도는 관련 자산의 규모, 소유권, 중요도에 따라 다르다. 튤립 투기 광풍 거품이 터졌을 때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튤립 투기에 가담한 사람 수가 소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 일어난 부동산 가치의 급락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낳았다.

 

비트코인은 튤립과 더 흡사하다. 전체 시장 가치가 고점이었을 때 3,000억 달러(약 340조 원) 정도였다. 현재 미국의 주식과 주택 시장의 가치는 모두 30조 달러가 넘는다. 비교적 소수의 투자자들만이 비트코인을 다량 소유하고 있다. 전체 비트코인의 97퍼센트를 불과 4퍼센트의 사용자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다시 말해서 비트코인 거풍 붕괴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