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이 보이는 중국 단둥의 사무용 빌딩과 한국의 비무장지대 인접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 유리와 철골로 덮인 서울의 고층 빌딩에 이르기까지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잠재적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는 섬유 가공과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등의 업종에서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기반시설 개선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유인이 될 수 있고, 이 같은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된다면 희토류 등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 내부의 변화도 눈에 띈다. 북한 경제의 시장경제화가 지난 20년간 서서히 진행되면서 보다 효과적인 가격 책정과 자원 배분 체계가 만들어졌다. 북한은 정부 주도로 스키장에서 워터파크에 이르는 대형 민관 합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요인들이 북한을 개척의 여지가 큰 시장으로 만들었으나,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사업 기회도 많지 않다. 특히 북한에서의 성공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은 북한에서 사업을 할 때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현명하고 운이 좋은 투자자들은 남북 관계 개선의 혜택을 보면서 돈을 벌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을 한반도와 연결하는 지역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신의주를 마주 보고 있는 단둥이다. 단둥과 평양은 철도와 도로로 연결돼 있다.

 

압록강 변의 중국 도시 단둥. 남쪽으로 북한 땅이 보이는 현대적인 고층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사진: 앤드루 새먼

 

한국으로 가는 중국의 관문

 

단둥은 활기찬 도시다. 현대적인 아파트 단지가 강변을 따라 조성돼 있고, 북한 유일의 국제적인 브랜드 대동강 맥주가 하이네켄과 같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단둥 시내 식당에서는 한국말을 하는 직원들이 많고, 도시 외곽에는 다양한 해산물 가공 공장과 섬유 공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일부가 잘려나간 다리는 주요 관광지가 됐고, 압록강에서는 모터보트를 타고 북한을 살펴볼 수 있다.

 

단둥에서 관광객들을 태운 중국 모터보트가 북한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북한군 초소가 보인다. 사진: 앤드루 새먼

 

단둥과 북한과의 관계는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캐나다를 떠나 현재 단둥에서 거주하고 있는 마이클 스파버는 신의주와 연결된 새 교량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이 최근 몇 개월 사이 30% 급등했고, 단둥시 전체 부동산 가격도 10% 가량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지난 2년간 대북제재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대북 교역에 대한 국경 지역의 기대심리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련 사업을 하는 백두문화교류(Paekdu Cultural Exchange)라는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스파버는 “중국인이나 조선족 투자자들과 함께 일을 해왔다”며 “그들이 최근 크게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스파버는 중국인 투자자들과 북한의 27개 경제 특구, 특히 나선과 원산 지역 투자유치 담당자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나선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3중 국경 지역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중국과 러시아 투자자들은 이곳에서 부두를 운영하는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 해변으로 유명한 원산은 북한 정부가 관광지로 육성하고 있어 건설 사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 분야, 특히 호텔과 요식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파버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뿐 아니라 중국 남부 지역의 공장 소유자들이 모두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도 낮은 임금 때문에 북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에는 독일과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대만, 싱가포르 기업으로부터 북한 투자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았다고 말했다.

 

스파버와 접촉한 투자자들 중에는 한국인들도 있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맥주나 소주, 특산물과 해산물, 지하자원 개발, 경공업 등의 분야에서 투자 가능성을 찾고 있었다”며 원산 개발 등 관광산업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또 동해에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금강산에는 현대그룹이 건설한 리조트가 있다. 원산 개발과 함께 동해가 열리면 일본이나 러시아, 한국의 크루즈 선박 유치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풀리지 않은 경제 제재…정치적 리스크도 여전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린다면 가장 큰 투자국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철도 연결 등 정부 차원의 남북 경협사업도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이미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한때 파주 등 휴전선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고 증시에서 남북 경협이 테마가 되긴 했으나,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고명현 연구원은 “(대북 투자의) 가장 큰 장애는 경제 제재”라며 “미국은 아직 어떤 제재도 풀어주지 않고 있고, 모든 분야의 투자가 다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조선족 사업가들이 저임금을 활용해 북한에서 섬유제품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중국산으로 수출하거나, 유럽인들이 북한의 엔지니어를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일부 무역업자들이 북한 경제특구에서 무역 거래에 나서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대규모 투자가 성공한 사례는 없다. 고 연구원은 북한에서 돈을 번 중국기업들은 북한에 생산 기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모두 실패했다”며 “북한의 사법 시스템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보호할 지의 여부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정치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개성공단 개발 사업권자이자 금강산 관광사업에 뛰어들었던 현대아산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리조트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의 어려운 재정 여건도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북한 내 이동통신 사업자인 이집트 정보통신업체 오라스콤은 지난 2015년 수익을 환수하지 못했다. 또 북한은 지난 1987년 유럽 은행들로부터 빌린 7억7000만 달러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북한은 제재 외에도 신용 문제로 대다수 해외 금융기관과의 금융거래가 끊겼다. 자원개발 투자에서는 운송과 전력 등의 부실한 인프라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고 연구원은 “북한이 자원 부국인 건 확실하다”면서도 “그러나 수익성을 따져볼 때 채굴과 운송 비용이 중요하다. 광물을 항구까지 운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취약한 인프라 때문에 자원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2015년 압록강에 건설한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다리. 사진: 앤드루 새먼

 

하지만 단둥의 스파버는 여전히 대북 투자에 대해 낙관적이다. 그는 “제재가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낙관론이 팽배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북한) 시장을 선점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이 도시에서 어느 누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지난 2015년 중국은 단둥과 신의주를 고속으로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했다. 하지만 이 다리는 아직도 북한과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