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석가들과 일본은행 출입 기자들은 최근 몇 년간 매우 조용한 나날을 보냈으나, 곧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국채와 다른 자산 등을 매입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직접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폈다, 당시 공급된 유동성은 연간 8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후 엔화 가치는 약 30%가량 절하됐다.

 

전열 재정비하는 BOJ

 

예측 불가의 혼란스러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 일본은행이 다시 엔화 가치 절하 유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10월 이후 6% 가량 하락(엔화 상승)했다. 시장이 흔들린 날에는 수분간 엔화가 3.5%나 상승한 적도 있었다. 그러자 주가가 폭락했다. 니케이225 지수는 지난해 12% 하락하며 7년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최근 기업과 소비심리가 동시에 하락하자 일본은행 관계자들은 새로운 부양책 사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의 최고위 관계자는 로이터 기자에게 “경기가 불안정해지거나, 침체 위험이 고조되면 BOJ가 행동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은 일본의 3분기 연율 마이너스 2.5%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엔화의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연방준비제도 공격의 영향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지목해 공격했다. 트럼프 정부의 문제로 촉발된 증시 변동성 확대도 파월 의장의 탓으로 돌렸다. 연준에 대해 “미친(crazy)”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신랄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되면서 달러가 하락했고 엔화는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은 미국 경기 둔화 조짐 등을 고려해 1월3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후 당분간 긴축은 없을 것이라는 정책 기조 전환을 밝혔다.

 

일본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일본은행의 가계조사 결과 향후 12개월간 경제 전망이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2012년 이후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과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얘기다. 11월9일부터 12월 5일간 실시된 조사에서 응답한 가계의 40%가 경제 여건 악화를 전망했고 8% 미만의 응답자들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응답자의 33%는 임금 하락을 전망했다.

 

일본은행이 당당하게 양적완화 축소에 나섰던 지난해 1월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당시 관심은 일본은행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지의 여부가 아니었다. 언제, 얼마나 적극적으로 단행하느냐가 관심이었다. 첫 번째 조치로 일본은행은 분명하고 질서 있게 국채와 ETF를 매도하며 양적완화 축소에 나섰다. 양적완화 축소 전 일본은행은 일본 국채의 50%, ETF의 75%를 보유했다.

 

양적완화 축소 기조의 통화정책 논의는 빠르게 양적완화 자체에 대한 논의로 바뀌고 있다. 양적 완화가 바람직한 것이냐는 공개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양적 완화를 통해 2%의 인플레 타겟의 절반 정도가 달성됐을 뿐이고 엔화 약세는 수출 대기업의 사상 최고 실적으로 이어져 고위 임원들의 소득만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지속적인 엔화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세력에  대응 하는데 최적화돼 있다. 카즈오 모마 전 일본은행 이사는 블룸버그 기자에게 현재 달러당 108엔 수준인 엔화 가치가 몇 달 안에 달러당 10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가 아소 다로 재무장관과 외환시장 개입을 포함한 엔화 상승 억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 하다.

 

엔화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어떤 움직임도 트럼프 대통령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일본은행에 트위터로 십자포화를 퍼부을 수도 있다. 물론 아베 정부가 국가 경쟁력 회복을 위해 공급 측면의 개혁을 추진하는게 최선이다. 창업 붐 조성을 위한 과감한 조치와 여성의 사회 참여를 늘리고, 관료를 줄이려는 노력은 지난 6년간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자민당은 계속해서 개혁보다는 일본은행의 현금에 의존할 전망이다. 따라서 일본은행은 다시 한번 양적완화를 위한 실탄을 준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