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신뢰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런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샹송줘 중국인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샹 교수는 12월 한 연설에서 작년 중국의 실질 성장률이 정부 공식 목표치인 6.5%보다 훨씬 낮은 1.67%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식 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런 폭발성이 큰 자료가 한 유명 관영 연구소의 기밀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으나 연구소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샹 교수는 “중국의 실물 경제 상황이 안 좋다”며, 지난 4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격동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이 책임을 정부 정책 탓으로 돌렸다.

 

그의 발언 내용은 정부 당국의 검열이 시작되기 전까지 순식간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다만 중국 경제가 실제로 예상했던 수준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고 믿는 일부 경제학자들조차 샹 교수가 밝힌 성장률 수치가 지나치게 낮다고 평가했다.

 

홍콩에 소재한 프랑스 기업․투자은행인 나티시스(Natixis)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경제학자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Alicia Garcia Herrero)는 “샹 교수의 주장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단언컨대, 중국 경제 상황에 아주 비판적인 학자의 주장일 뿐이다. 다만 우리는 작년 중국 경제가 6.3%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것도 꼭 좋은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12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4.4% 감소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부진한 수치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졌다.

 

해묵은 논쟁

 

이처럼 샹 교수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으나, 그의 대담한 주장 이후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하는 공식 통계를 둘러싼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미 그 전부터 NBS가 발표하는 통계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상하이에서 독립 경제학자로 활동하는 시에 궈즈홍(Xie Guozhong)은 “우리는 공식 통계를 믿을 수 없다. 신뢰할 만한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에 중국 경제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기가 정말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된 중국 외교부 문건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조차 중국의 경제 활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공식 GDP 통계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있다. 리 총리는 2007년 랴오닝성 당서기 재식 시 미국 대사와의 만찬에서 “랴오닝성의 GDP 수치는 조작된 것이라 신뢰할 수 없다”며 자신은 GDP 대신 전력 소비량, 철도 물동량, 은행 신규대출 3가지 다른 핵심 통계를 살펴본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이 세 가지 지표를 재구성해 ‘리커창 지수’(Li Keqiang Index)를 만들었는데, 경제학자와 분석가들은 이 지수를 중국 경제의 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로 간주하고 있다.

 

시에 경제학자는 “전력 소비량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자료지만 국가 전체의 수치를 신뢰하지 말고 발전소별 생산량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선양에 주차되어 있는 신차. 사진: 차이나 데일리

 

수출 주도형 제조업에서 소비 주도형 경제로의 지속적인 전환도 데이터 조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NBS에 따르면 내수는 2018년 1분기 중국 성장의 77.8%에 기여했는데, 이는 소비가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임을 보여준다.

 

알리바바와 경쟁사인 텐센트 같은 전자상거래 대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실제 소비능력을 평가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지만, 이런 기업들은 정부와 협력해야 함에도 귀중한 데이터를 감추는 경향이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다른 유형의 지표에 의존해야 한다. 시에 경제학자는 “경기 둔화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서는 GDP의 13%와 7%씩을 차지하는 부동산과 자동차 판매를 살펴봐야 한다. 그들이 중국 GDP의 6%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는 대미 수출보다 가치가 있다. 두 부문 모두 2018년에 둔화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며, 중국의 경기 둔화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줬다. 투자은행인 차이나인터내셔널캐피털(CICC)은 지난 가을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부문은 2019년 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GDP 성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은 잘 발달된 해안 지역과 덜 발달됐지만 역동적인 서부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중국에 기반을 둔 많은 경제학자들은 실제 GDP 수치가 공식 수치보다 낮다고 믿고 있는데,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실제 GDP 성장률이 4~5% 범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줄리언 에반스-프리차드(Julian Evans-Pritchard)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 수석 중국 경제학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물류 규모와 전기 생산량 등을 바탕으로 우리가 추정한 ‘중국 경기활동 대리지표’(China Activity Proxy, CAP)에 따르면 작년 11월 중국 경제는 5% 미만 성장하며 경기둔화 양상을 보였다. 11월 통계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부동산 분야만 유일하게 괜찮고 나머지 분야는 계속해서 약화됐다는 사실이다. CAP 외에도 산업 생산, 고정자산투자, 소매 판매, 수출입, 그리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공식 구매관리자지수(PMI) 모두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무역 긴장 속에서 앞으로 중국의 경제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GDP 수치의 정확성 여부보다는 추세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나티시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가르시아 에레로는 “항상 약간의 데이터 마사지가 있지만 핵심은 수준이 아니라 변화다”며 “이런 마사지가 지속되겠지만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덕분에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경기 둔화) 강도는 더 완만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티시스는 중국 경제가 올해 6.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