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대표경영자(CEO)가 국영투자회사인 1MDB(1 Malaysia Development Berhad)의 비자금 스캔들에 자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사과했으나, 대규모 벌금 납부 등 회사 차원의 법적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솔로몬 CEO는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말레이시아 국민이 “많은 개인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골드만삭스의 팀 라이스너 전 동남아시아 담당 이사도 “그들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말레이시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골드만삭스가 1MDB가 세 차례에 걸쳐 65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때 주간사로 참여하면서 27억 달러를 유용하기 위해 정부와 투자자들을 속이는 허위 문서를 작성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1MDB는 부동산 개발과 발전소 운영 등을 위해 나작 전 총리 집권 시기인 2009년 설립됐다. 지난 2015년 45억 달러 이상이 1MDB에서 나작 총리 계좌로 유입됐다는는 의혹이 불거졌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현재 이 사건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데이빗 솔로몬 골드만 삭스 CEO. 사진: 유튜브

지난해 10월 취임한 후 첫 실적 발표회에서 솔로몬 CEO는 자사가 1MDB 채권 발행 건에 대해 상당한 실사를 했고 이 사건은 라이슬러 전 이사의 부정직함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미국 법무부의 조사가 진행 중이며 골드만삭스도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솔로몬 CEO의 발언은 이번 사건을 골드만삭스의 문제가 아닌 라이스너 전 이사를 포함한 전 임원들의 잘못된 처신의 결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타임스와 통화한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솔로몬 CEO의 사과에도 말레이시아 정부는 골드만삭스에 대한 소송을 중단하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타임스는 지난해 11월 토미 토마스 말레이시아 법무장관의 측근들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말레이시아 법원에 이어 미국 법원에서도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45억 달러 규모의 손해 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소식통들은 비자금 조성 사건의 내용이 골드만삭스 최고위층에도 보고가 됐기 때문에 책임이 몇몇 전 임원들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기관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미 토마스 말레이시아 법무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AFP

하지만 토마스 법무장관은 이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한 아시아타임스의 이메일에 답을 하지 않았다.

 

미 법무부는 1MDB로부터 45억 달러가 중개인과 유령 회사 등이 연계된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불법적으로 유출됐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자금세탁과 뇌물 공여 혐의로 라이스너 전 이사와 로저 엔지 부이사, 말레이시아 금융인인 조 로우를 기소했다.

 

골드만삭스는 채권 발행 주간사로 참여하면서 6억 달러의 수수료를 받았다. 라이스너 전 이사는 주간사로 선정되기 위해 뇌물과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을 은폐했다고 시인했다. 로저 엔지 부이사는 현재 말레이시아에 구금돼 있으며 미국으로의 추방을 거부하고 있다.

 

라이스너 전 이사는 지난해 8월 뉴욕 연방법원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특정한 규칙 준수와 합법적인 직원으로부터의 사실을 은폐하는 골드만삭스의 문화와 매우 가깝다”고 진술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사진: 유튜브

 

이런 가운데 당시 CEO였던 블랭크페인 회장이 비밀리에 이번 사건과 연루된 조 로우와 접촉했다는 후속 보도가 나오면서 이 스캔들에 골드만삭스 최고위 경영진까지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골드만삭스가 1MDB 채권 발행 수수료로 받은 6억 달러를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후 7.5% 폭락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골드만삭스의 법적 책임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의 법적 책임 리스크가가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추정액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미국 법원에 45억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능성을 배제한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