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입 등 주요 경제지표에 국제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입 동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수출과 수입은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 재고를 쌓으면 늘어나고, 이후에는 둔화된다.

 

 

중국의 대미수입이 급감했다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중국의 아시아 교역 상대국들이 11월에 중국에 대한 수출을 가속화했고, 12월에는 줄였다. 중국측이 아시아 전자부품 수입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렇든 중국은 우려의 대상이 아니다. UBS 데이터랩 등 중국 경제를 분석하는 독립 기관이 내놓은 지표를 보면 중국 경제는 지난해 12월 바닥을 쳤다.

 

문제는 수익성이고, 수익성의 배후에 있는 가격결정력이다. 세계경제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의 바다 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을 포함한 중앙은행들이 공급한 유동성이 대략 12조 달러에 달한다. 연준이 긴축에 나서자 증시가 급락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장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하자 주가가 회복됐다.

 

금융 비용과 신용공여 여력 등 금융 환경과 주가, 기대인플레 사이에는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 시장이 예상하는 소비자물가 수준을 판단할 때 일반 국채 수익률과 물가연동국채 수익률 차이를 고려한다. 지난 6개월간 기대 인플레이션과 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고, 모두 골드만삭스의 미국 금융환경지수(US Financial Condition Index)와 정확히 같이 움직였다.

 


참고: breakeven inflation: 기대 인플레이션

 

이는 기업은 가격결정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으며, 중국에서 애플도 이런 처지에 있다는 뜻이다. 400 달러짜리 스마트폰과 같은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을 1300 달러에 사도록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단이 없다. 통신에서부터 필수 소비재와 항공, 부동산 등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장 시장이 붕괴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장기간의 주가 상승세가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 주도주들이 하나씩 둘씩 연초에 애플을 집어삼켰던 디플레 함정에 빠져들면서 서서히 하락할 전망이다.

 

극적인 상황을 예상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헤지 비용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S&P 500 지수의 외가격옵션(out-of-the-money option)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그들이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예상했다면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아래 표는 등가격옵션(at-the-money option)행사를 할 수 있는 S&P 500지수 옵션의 가격과 10% 낮은 행사 가격의 옵션, 즉 재앙적 상황을 가정한 헤지를 위한 옵션 가격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기준으로 볼 때 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나타내는 가격 변동 리스크는 여러 시장에서 크지 않다. 내재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가격이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 10년물 국채와 금, 동, 엔화 옵션의 내재변동성이다.

 

 

시장이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어서 가격 변동성이 진정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1월 초까지 디플레 위험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으나, 시장은 디플레 위험 때문에 크게 흔들렸다. 파월 의장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였다.

 

이런 이유로 헤지 비용은 저렴한 상태로 남아 있다. 하지만 헤지비용이 싸다고 해서 주가가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고 유럽 대부분이 경기침체를 겪고, 주택시장 등 미국 경제의 일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의 가격결정력도 약화되면서 수익성도 저하될 수 있다. 올해 증시에서 기대할 게 많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