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환경조사 단체인 EIA가 벌이고 있는 환경 범죄 단속의 여파로 조만간 초호와 요트 갑판 제작에 쓰이는 티크(teak) 부족 현상이 생길지도 모른다.

티크는 단단하고 습기에 강해 수축, 팽창률이 낮다. 따라서 치수 안정성(열처리 부품의 치수 변화의 정도)이 높고 뒤틀림이나 갈라짐 현상이 적은 목재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나며, 특히 미얀마에서 나는 티크를 최고로 쳐준다.

그런데 EIA가 2년 동안 미얀마의 티크 거래를 둘러싼 조사를 마친 뒤 최근 발표한 ‘미얀마에서 훔친 티크 거래 뒤에 숨겨진 심각한 부패’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미국, 영국, 호주의 요트 제작자와 구매자들이 수입 티크 원산지를 바꾸는 문제를 고민하게 할 수도 있다.

그들이 요트 갑판과 장식 등에 쓰고 있는 미얀마산 티크는 최근 아시아의 산림 벌채 역사상 가장 장기간 지속된 거래 사기를 통해 들여왔을 가능성이 크다.

EIA는 “2년 동안의 조사 결과 청 푸이 치(heng Pui Chee)라는 인물이 지난 20년 동안 미얀마의 대표적 천연자원인 티크 목재를 빼돌려 팔아 정부와 국민에게 가야 할 수백만 달러를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홍콩에서 태어난 청은 태국에서 체타 아피파타나(Chetta Apipatana)라는 이름으로 살았고, EIA 보고서 발표 직전인 작년 숨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EIA 보고서는 청이 저지른 불법 거래와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에서 결성한 범죄조직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자고 와들리 EIA 선임연구원은 “이 범죄조직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티크 무역상이자 미국과 유럽연합(EU) 시장의 최대 공급자가 됐다”며 “부패한 범죄조직의 수장이 죽었지만 그들은 지금도 활동 중이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따르면, 청이 세운 회사 타이 사와트(Thai Sawat)가 1989년 태국 샨과 카렌 주에서 47개 벌목권을 따낸 35개 태국 회사 중 한 곳에 이름을 올리면서 미얀마 목재 거래 시장에서 첫 발판을 마련했다.

미얀마에서 트럭들이 벌목한 티크 원목을 실어 나르고 있다. (사진 EIA)

 

1993년 미얀마군의 실세 탄 슈웨(Than Shwe)가 타이 사와트를 포함한 5곳을 제외한 모든 태국 기업들을 추방하자 이후 20년 동안 타이 사와트는 티크 거래를 독점했다.

청이 미얀마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목재 거래 독점권을 갖고 있던 산림부 산하 국영기업인 MTE(Myanmar Timber Enterprise)와 공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티크는 미얀마에서 ‘보호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국가 소유다.

하지만 1990년대에 다른 미얀마 국영기업들과 마찬가지로 MTE에게도 자금력이 없었기 때문에 벌목 사업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민간기업이 대신 투자하게 만들었다. 벌목권을 산 민간기업들은 벌목한 최고 등급 티크를 MTE에게 넘겨줘야 했지만, 그 외의 티크를 해외에 팔아 투자 수익을 회수할 수 있었다.

EIA가 청과 거래한 회사들을 조사한 결과 타이 사와트는 미얀마 벌목장에서 티크 품질 등급을 조직적으로 낮췄다. 정부와 군 고위 인사들과 공모해 티크 가치를 실제보다 훨씬 낮게 평가해 MTE에게 넘겨주지 않고 직접 수출해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EIA는 “청은 등급 평가 사기를 통해 최상위 등급의 티크가 자동적으로 MTE 경매 시스템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고 말했다. MTE는 최고 품질의 티크를 공개 경매를 통해서 팔아야 하는 데 이를 어긴 것이다. 청이 최상급 티크를 빼돌리는 사기를 칠 수 있었던 건 정부와 군 고위 인사들에게 뇌물을 매겼기 때문이란 게 EIA의 주장이다.

청이 닌 슈웨 측근 자식들의 학비를 지원하는 건 물론 심지어 수도에 있는 네피도 동물원에 전시할 동물을 사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2010년 당시 미얀마 군부 인사. (사진 AFP)

 

2015년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정권을 잡았으나 실질적인 권력자는 의회 의석 25%를 차지한 군부였다. 군부는 또 2008년 제정한 현 미얀마 헌법에서 규정한 대로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3개 치안 관련 부처의 관할권을 독차지했다.

NLD는 2016년 모든 벌목 행위를 전면 금지시켰다가 1년 뒤 풀어줬다. 군부와 기업들로부터 받은 압박에 굴복했다는 후문이다. 2014년부터 무절단 목재 수출이 금지됐다. 모든 목재 수출은 이론상 정부가 감시하는 양곤항을 통과해야 이루어져야 한다.

EIA 보고서는 NLD 정부와 목재 거래상 사이의 공모까지 밝히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이 분야를 개혁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EIA의 산림보존운동 리더인 페이스 도허티는 “우리는 엄청난 액수의 돈을 문제 삼고 있다”며 “개입한 핵심 인사들이 군인이라는 점에서 NLD를 포함 다른 어떤 민간정부도 이 사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는 건 순진하다”고 말했다.

2016년 벌목 금지 조치 시행 이전에 MTE는 청의 기업 등이 티크를 비축해놓고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게 허용했다는 게 EIA의 주장이다. EIA의 와들리 연구원은 “청의 회사는 2016년 벌목 금지 직전 달에 대만과 홍콩 등에 엄청난 양의 목재를 수출했다”고 말했다. EIA는 2014년 벌목 금지 조치가 발효되기 전에 청이 미얀마에서 빼돌리지 못한 티크 재고량이 최소 20만 톤은 되는 걸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내보내고 있는 티크를 쓴 요트 갑판 광고 (사진: 페이스북)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 산림부 관리들은 ‘Asia Times’ 기자에게 1989년부터 2010년까지 미얀마를 통치하며 2011~2015년 사이 준(準) 민선정부를 지지했던 군부의 승인 없이는 2014년 목재 수출 금지와 2016년 전국 벌목 금지 이전에 과잉 수확이 불가능했을 것임을 인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림부 과장은 “군사정권이 미얀마를 통치할 때 MTE는 산림부의 연간 수확량 규정을 따를 수 없었다”며 “군사정권이 그해 목재 부문에서 50억~10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기로 결정하면 MTE는 그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 목재를 수확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EIA는 청이 이끄는 범죄조직이 과도한 수확, 등급 사기, 대규모 뇌물 등을 통해 티크를 축적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재 창고에 비축돼 있는 목재도 불법 수확된 것이라며, 미국과 EU에게 미얀마에서 불법적으로 수확한 티크 수입을 금지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EIA의 도허티는 “미국과 유럽 트레이더들이 미얀마에서 티크를 수입할 경우 그들은 범법 행위에 동참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그래서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IA가 인용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 인도, 태국은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미얀마에서 총 27억9,000만 달러(3조 1,100억 원)에 이르는 404만 입방미터의 티크 원목과 용재(用材, 연료이외의 용도를 가진 재목. 건축, 가구 등에 쓰이는 재목(材木))를 직수입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불과 2,500만 달러(280억 원)어치의 티크 원목을 미얀마에서 직수입했다. 하지만 EIA는 인도, 말레이시아, 대만과 등 제3국을 통해 훨씬 더 많은 티크가 미국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한다. 티크 최대 수입회사인 이스트티크파인하드우드(East Teak Fine Hardwoods)는 말레이시아와 대만의 몇몇 기업에서 1만3,000 입방미터의 티크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EIA는 덧붙였다.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미얀마에서 중국, 인도, 태국으로 수입된 티크 원목과 용재 현황 (출처: GTA / EIA)

 

EIA는 미얀마와 중국 국경에서 여전히 만연해 있는 불법 목재 거래에 대한 단속을 미얀마 민선 정부에 요청했다. EIA는 수지 정부가 MTE를 폐지하고, 군인과 정부 관리들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 인사들을 포함해 불법 목재 거래에 개입된 고위층의 부패를 조사하고, 기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얀마 산림청이나 MTE가 EIA 보고서에 대해 공식 대응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각에선 보고서를 반기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EIA 보고서는 아주 인상적이며, 보고서에 담긴 일부 정보가 MTE를 재편하고, 티크 거래 관행을 바꾸는 데 유용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사실 EIA가 폭로한 내용 대부분은 업계 사람들이 모두 쉬쉬하고 있던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EIA 보고서는 미얀마의 불법 목재 밀매에 대한 관심도 환기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은 이것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돈이 되는’ 불법 거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야생동물 산림범죄 지역 프로그램 조정관인 조반니 브루사드는 최근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동남아시아의 불법 목재 거래 규모는 연간 170억 달러(19조 원)로 추정되며, 이는 아편과 각성제인 메타암페타민(340억 달러)과 위조품 거래(250억 달러) 다음으로 많은 규모”라고 말했다.

브루사드는 티크를 불법 취득하다 적발된 사람들에 대한 최고 형벌이 52달러의 벌금에 불과하다면서, “미얀마의 산림법은 사실상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2014년 설립된 미얀마의 반부패 단속 기관은 지난해 1만여 건의 민원을 접수했지만 그 중 50여 건에 대해서만 조사를 실시했다.

브루사드는 “조사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며 “불법 벌목을 통해 번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는 자금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는 등 법 집행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적절한 감시가 이루어진다면 미얀마는 목재 산업 부문에서 국내총생산(GDP)에 버금가는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