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에 도달한 가운데, 협상이 실패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새로운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세운 기준으로 볼때 아직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다.

 

무역 분쟁 여파로 중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수출과 고정자산투자, 구매자지수, 애플의 중국 실적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표가 중국 경제 활동의 위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2500억 달러 규모이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에는 세가지 목표가 있었다. 그중 두 가지는 단기 목표로 무역적자를 흑자로 되돌리고, 증시 호황을 불러오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전략 ‘제조 2025’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10월 대중 수출이 10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102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월간 대중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억

 

지난해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제조2025’를 좌초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개혁 추진 속도가 지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하는 ‘제조 2025’는 중국의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협상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환율 전쟁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대한 공격에서 이런 의중의 일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12월에 여러 차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미친”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맹렬하게 공격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 어떤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연준을 그렇게 비판한 바 없다. 연준은 정치적으로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에 대한 비판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는 따로 있었다. 바로 달러화 상승에 대한 분노였다.

 

지난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강세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중국과 일본, 한국 모두가 수출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고, 미국의 근로자들이 이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의 이런 수사가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해 1월 24년간 이어진 강한 달러 정책의 중단을 사실상 선언했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리자 백악관은 즉시 이를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에 따라 환율 문제를 들고 나와 아시아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집권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인 경제 성장세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환율 압박의 더 큰 목적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보스가 누구인지를 환기시켜주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이 주요 타깃이지만 일본이나 한국도 타깃이 될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 세계 지도자 중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자유무역 협상 지연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무역 전쟁에서 어떤 형태로든 승리에 목마른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늘려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세를 보면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 입법화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대통령직 수행을 어렵게 하는 스캔들과 수사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단도 필요하다. 가장 쉬운 수단은 무역 전쟁을 격화시키고, 환율을 이슈화 하는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