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감축을 발표했으나, 이 지역에서 미국의 전투는 계속될 전망이다.

 

예상되는 전투는 정규군이 아닌 용병의 전투다. 미군 철수에 따른 공백이 이 지역에서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면서 용병 업체에 참여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때 미국을 대표했던 용병 업체 ‘블랙워터’를 설립했던 에릭 프린스가 시리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으로 초래된 군사적 공백을 메우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나, 실현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다.

 

미국과 서구의 용병 업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연합군과 나토의 군사작전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용병을 운용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시리아에서는 다른 나라 용병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바로 러시아 용병이다. 전쟁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서방 세계가 군대를 철수수시키고 있는 중동에서 러시아 용병 업체는 러시아 정부의 지원하에 이익을 챙기고 있다.

 

서구의 용병 업체가 무역 거래 지원이나 보안 등의 제한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반면 러시아 용병들은 전투에도 참여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러시아군의 군사 작전이 공군력과 특수 부대 임무에 국한된 상황에서 러시아 용병은 대리 지상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역할 모색하는 에릭 프린스

 

프린스가 이끌었던 ‘블랙워터’는 서방세계를 대표하는 용병사였다. 따라서 총기류 전문잡지인 리코일지에 “우리가 있다(We are)”는 말과 블랙워터 로고가 담긴 전면 광고가 실렸을 때 미국 내 반향은 컸다.

 

하지만 아직 프린스가 이끄는 용병의 시리아 진출이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프린스에 대해 최초로 보도한 인물 중 한 명인 군사 전문기자 로버트 영 펠튼은 이 광고가 블랙워터가 아닌 몰타 소재 군수물자 판매회사 ‘블랙워터 애뮤니션’에 의해 게재됐다고 전했다.

 

프린스와 그의 동업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미국 정부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 훈련과 자문을 용병에게 넘겨 줄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프린스는 지난 2017년 5월 31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진출 계획을 밝혔다. 이어 8월 8일 대부분 전직 특수부대 요원으로 구성된 5500명의 용병과 근접 지원을 위한 90대의 민간 항공기를 이 지역에 배치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USA투데이를 통해 보도됐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2018년 9월 밀리터리 타임스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블랙워터 소속 용병들이 2005년 7월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이란 대사관 주변에서 일어난 도로변 폭탄 공격 현장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 AFP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HR 맥마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의 사임도 프린스에 우호적이다. 이들은 모두 프린스의 용병 파견에 반대한 것으로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 감축 결정은 군에 대한 그의 신임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프린스는 용병을 파견하면 정규군 파병 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군비 사용에 대해 자주 불만을 표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맞아 떨어지는 주장이다.

 

전 미 육군 장교출신 민간 군수사업자로 “현대 용병”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신 맥페이트는 지금이 프린스가 등장할 만한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에릭 프린스는 매티스와 켈리의 사임을 기다려왔고, 아프간 진출 계획을 대통령에게 다시 제안할 것“이라며 ”대통령도 그 계획에 공감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장성 출신 참모들이 프린스와 프럼프의 1:1 미팅을 막았으나, 이제 그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해병 4성 장관 출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 연말 사임했다.

 

맥페이트는 프린스가 ”6500명의 용병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순한 계획을 제안할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단순한 해법“을 모색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프린스를 만나게 된다면 프린스가 시리아 진출 계획을 밝힐 수 있다”며 “지금은 아프가니스탄보다 시리아가 (프린스의 작전) 개념을 펼치기에 더 좋은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프린스의 용병 파견 계획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미국 용병의 시리아 진출도 쉬운 일은 아니다.

 

러시아 모델

 

시리아에서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이미 다른 나라 용병이 진출해 있다. 러시아의 비밀 용병 업체인 ‘와그너 그룹(Wagner Group)’이 2015년부터 시리아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와그너그룹은 시리아에 처음 진출한 용병사이자 프린스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용병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지난 1960년대와 70년대 서구 용병들은 콩고나 바이아프라 등에서 전투 요원으로 고용됐다. 그러나 최근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는 ‘블랙워터’나 ‘딘코프’, ‘G4S’, ‘콘트롤 리스크스’, ‘애지스 디펜스 서비스’ 등 미국과 영국 용병사들이 군사 훈련이나, 군수물자 공급, 시설 방어, 요인 경호 등의 제한적인 업무를 수행했다.

 

러시아 용병 업체도 전역 특수요원들을 고용해 서방 세계 용병 업체와 유사한 일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러시아 용병들이 군사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와그너 등 러시아 용병 업체의 사업 모델은 보다 다양하고 공격적이다. 그들은 민간인뿐 아니라 정부에 의해 고용돼 실제 전투 작전에 투입되기도 한다. 러시아 용병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 투입됐다. 와그너는 용병을 경보병으로 전투 현장에 투입한다. 경보병은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는 보직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소규모 작전을 벌이는 특수부대 보다 많은 보상금이 지급된다.

 

이런 용병의 역할은 러시아 정부에도 유용하다. 체첸이나 아프가니스탄과의 전투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러시아 정부도 다른 나라 정부와 마찬가지로 사상자 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와그너와 다른 준군사조직인 ‘발룬티어’, ‘코사크’ 병력들은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통치하에서 세력을 키웠다. 요원들은 정규군이 아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와그너 요원들은 러시아 군사 기지나 항공기, 병원 등 정부 시설을 이용한다. 심지어 러시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한다.

 

와그너는 프린스가 꿈에 그리는 고위 정치권과의 유착 관계를 즐기고 있을 수도 있다. 와그너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군사정보국(GRU) 소속 드미트리 유크틴 대령에 의해 창설된 것으로 보도됐다. 러시아 군사정보국은 영국에서 전 러시아 스파이 요원 암살을 시도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러시아 언론은 푸틴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와그너를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와그너와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건 아니다. 다만 지난해 2월 시리아 카샴 지역 전투에서 미 공군의 폭격으로 상당수의 와그너 용병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망자는 13-200명 사이인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러시아 공군은 와그너의 작전 수행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는 프리고진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불화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와그너의 사례는 시리아 진출을 모색하는 서방 용병사에게 정규군과 달리 공군력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임무를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프린스의 원대한 계획은 무장 항공기 투입을 포함하고 있다. 그는 리틀 버드 헬기로부터 화물기까지 다양한 항공 자산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라크에서 헬기를 운용했고, 미군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프레지덴셜 에어웨이즈를 창설했다. 가장 최근에는 반란군 진압용 헬기 부대 창설을 시도하고 있다.

 

블랙워터 소속 헬기가 2005년 10월 23일 이라크 바그다드시 자동차 폭탄 공격 발생 지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 AFP

 

서구 용병이 러시아 공군이 작전을 펼치는 시리아에 투입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용병사가 공군력을 확보한 후 병력을 투입한다면 서방 용병사도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러시아 모델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또 다른 의문은 미국 용병이 러시아군이나 러시아 용병과 교전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런 선례가 거의 없는 가운데 맥페이트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위험을 감수하기에 앞서 서구 용병사 경영진은 어느 나라에 용병 파견 계획을 제안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어떤 나라가 서방 국가의 우방국인지, 어떤 나라가 시리아와 정치, 군사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용병을 고용할 현금은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군사 전문기자 펠튼은 “앞으로 시리아 주둔 외국 병력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UAE의 자금 지원을 받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두 나라는 이미 예멘에서 전투를 위해 용병을 고용하고 있다.

 

펠튼은 프린스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진출을 추진할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린스는 돈이 필요하다”며 “과거에 그가 수행했던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고, 돈을 잃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호 임무 VS 전투

 

아직 프린스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프린스가 용병 사업을 지속하느냐의 여부도 불분명하다. 그는 블랙워터 지분을 매각한 후 이 사업에서 손을 뗏다는 말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블랙워터와 그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블랙워터는 현재 ‘아카데미’로 불린다. 아카데미는 ‘트리플 캐노피’나 ‘올리버 그룹 캐피탈’과 같은 다른 기업과 함께 ‘콘스텔리스’라는 더 큰 그룹의 일원이다.

 

아카데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전역 미군이나 전직 법 집행자 뿐 아니라 민간 부문의 전문가를 찾는다는 구인 광고가 있다. 콘스텔리스는 홈페이지에서 고위험 환경이나 멀리 떨어진 지역, 신흥국 등에서 육상은 물론 해상이나 항공, 사이버 환경에 이르는 다양한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업체라고 자사를 소개하고 있다.

 

프린스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개발 투자 PEF ‘프론티어 리서치 그룹’ 같은 자원개발 업체들이 전직 용병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남수단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정국이 불안한 지역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 사업장 이름 대신 몰타의 크리스티안 듀란트가 운영하는 ‘랭카스터 6’와 같은 대리인을 사용한다.

 

천연자원 보유 지역은 서방 용병사에게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같은 분쟁 지역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 국제안보학회(International Institue for Security Studies)가 지적한 대로 서방과 남아프리카 용병사는 1990년대부터 천연 자원과 관련 기업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풍부한 이익을 챙겼다.

 

와그너도 이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진출해 있다. 다이아몬드 광산 경비를 맡고 있을 수도 있고, 수단까지 진출했다는 루머도 있다.

 

이런 가운데 프린스는 미래의 계획을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있다. 랭카스터 6와 접촉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서방 용병사는 언론의 취재에 응하지 않지만, 러시아 용병사 보다 언론에 대해 온건하다. 디 아틀란틱의 보도에 따르면 와그너의 용병 작전을 추적하던 4명의 러시아 기자들이 불가사의한 죽음을 맞았고, 1명은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