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한일 양국 상공과 주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최근 발표한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활동이 일본 자위대에 미치는 영향(China’s Military Activities in the East China Sea – Implications for Japan’s Air Self-Defense Forc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민해방군 공군(PLAAF)이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이하 ‘자디즈’) 침범 횟수를 늘림으로써 일본항공자위대(JASDF)의 기를 꺾어놓으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군기가 미국의 다른 북동아시아 우방국인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이하 ‘카디즈’)도 침범하고 있지만, 자디즈 침범 횟수에 비해선 훨씬 적은 편이다.

 

실제로 자디즈 침범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 공군기나 러시아군 정찰기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이륙은 일본 항공자위대의 통상적인 작전이 됐다.

 

일본 대응 능력에 한계

 

일본 항공자위대는 주로 1895년 일본이 편입한 센카쿠 열도(중국명은 ‘다이유’ 열도)에서 중국 공군기를 침입을 차단한다. 센카쿠 열도는 양국 간 분쟁지역이다. 랜드연구소는 중국의 자디즈 침범과 관련해서 “(중국 공군기의) 하루 비행 횟수가 약간만 늘어나도 일본의 대응 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해군대(US Naval War College) 일본연락담당자인 비토 유키코(Yukiko Bito) 대위는 <아시아 타임스>에게 “2018년 상반기에 자위대 전투기들은 2017년 상반기 때와 똑같이 561차례 이륙했다”고 말했다.

 

비토 대위가 보여준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항공자위대 조종사들이 차단한 중국 공군기의 비행은 전체 차단 건수의 61%인 345차례에 달했다. 반면 러시아 군용기 차단 횟수는 전체 차단 건수의 근 38%인 211차례에 그쳤다.

 

2017년 상반기 때와 비교해서 2018년 상반기에 중국의 자디즈 침범 횟수가 58차례 늘어난 반면, 러시아의 침범 횟수는 56차례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58년 이후 자디즈 침범을 막기 위한 일본 항공자위대의 이륙 횟수가 가장 많았던 건 2016년도의 1,168차례였다. 이 중 73퍼센트는 중국 군용기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소모, 눈물, 그리고 스트레스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이 보유한 288대에 비해 6배 정도 많은 1,700대의 전투기를 보유 중이다.

 

이 288대 중에는 F-15J/DJ 전투기 201대와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기 4대가 포함되어 있지만, 낡은 F-4EJ기와 F-2A/B기가 몇 대나 포함돼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런 낡은 비행기들의 작전 준비 능력이 어느 정도일지 의문이다.

 

수적 우위에 있는 중국 공군은 일본 항공자위대의 비행 템포를 좌지우지한다. 일본 조종사들의 피로도 피로지만, 강도 높은 작전에 따른 유지 비용 문제가 생기고, 개입 작전 때문에 다른 임무 수행에 필요한 자위대의 훈련 시간이 줄어든다.

 

랜드연구소는 “활동률이 올라갈수록 일본은 작전 전개 횟수를 조정하고, 커지는 중국의 존재감에 맞춰 자국 영공 방어를 위해 전투기 구입 대수를 늘렸다. 일본 자위대 조종사들이 겪는 실제 경험이 유용하지만, 중국군의 일본 영공 침범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위대 조종사들이 다른 임무 연구에 전념할 수 없어 그들의 훈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에게 새로운 가이드라인 채택을 촉구하고 있다.

 

데니스 블레어(Dennis Blair) 사사가와 평화재단(Sasakawa Peace Foundation) 재단 이사장은 “모든 걸 차단하자는 정책으로 항공자위대의 역량이 퇴보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중국은 일본의 방위예산 책정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레어 이사장은 차단과 호위 작전과 전시 임무 수행 훈련에 쓸 항공자위대 운영 예산 한도를 별도로 정해놓을 것을 권고했다. 그는 “현 훈련예산 중 최대 10퍼센트만 현재 항공자위대가 맡고 있는 수백 차례에 달하는 중국 군용기 차단과 호위 임무에 할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랜드연구소 보고서도 유사한 권고를 한다. 보고서는 항공자위대는 현재 하루 2~3차례나 되는 중국 군용기 차단 임무를 계속해서 수행할 예산 여력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국의 하늘

 

중국이 한국 하늘에서는 일본 하늘에서보다 더 자제력을 보이는 것 같다. 료 히나타-야마구치 부산대학교에 방문교수는 “(한국 공군의) 실제 개입 횟수는 모르지만 2018년 상반기에만 100차례 정도 카디즈를 침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대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테리 로에리그(Terry Roehrig) 교수는 “중국과 일본 간 적대적 관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한국의 중국에 대한 평가는 보다 분열되어 있다. 한국 내에선 경제적 기회와 대북 관계에서 필요한 중국의 도움 때문에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반면, 중국의 행동에 경계 수위를 높이는 한편, 중국이 한국을 희생양 삼아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경제적 힘을 발휘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직후인 2016~2017년 중국이 한국 여행을 금지시키고, 사실상 롯데그룹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은 이제 이웃국인 한국에 가했던 이런 강도 높은 대응을 재고하고 있을지 모른다.

 

로에리그 교수는 “중국 지도자들은 잘만 하면 한국을 우방인 미국으로부터 떼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고 믿는다”며 “중국이 사드 사태 때 가혹하게 대응했듯이 제 발등을 찍을 때도 있지만 한국을 일본과 다른 식으로 상대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영공 비행은 일본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소극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에 대해 히나타-야마구치 교수는 “한국 언론도 카디즈 침범 사태를 보도하지만 국내외 문제에 비해서 더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한국 정부도 가끔 중국 정부에게 유감의 뜻을 전하고 항의하지만 상호 관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일 공군은 서로 협력하지 않는다. 양국이 모두 동북아시아 민주국가이자 미국의 우방국들이지만 양국 사이의 부단한 외교적 마찰 탓에 3자 동맹은 없다.

 

방위비 지출 늘리는 일본

 

중국의 자디즈 침범이 일본의 방위비 지출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

 

다케이 도모히사(Tomohisa Takei) 전 일본해상자위대(Japanese Maritime Self-Defense Force) 막료장(참모총장)은 <아시아 타임스>에게 “일본은 중국의 도전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항공자위대는 낡은 전투기를 차세대 전투기로 대체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도로 7년 연속 방위예산이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올해 가을 일본이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림으로써 늘어나는 세수로 인해 새로운 방위계획대강(Defense Program Guideline)에 따라 기존 항공자위대 전투기 대체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 계획에는 F-35기 대량 구매안도 포함되어 있다.

 

일부에선 일본이 노련한 군대를 유지하는 한편 전투기 조종사와 육상 지원인력 충원과 훈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케이 전 막료장은 “항공자위대는 아주 많은 수의 차단과 호위 비행을 유능하게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조종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무리한 사드 대응이 부작용을 낳았듯이 일본 영공에서 PLAAF의 행동으로 미국과 일본이 제 5세대 내지는 6세대 F-22/F-35 하이브리드 전투기 공동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한편 다케이 전 막료장은 선진 전투기의 신속한 통합을 통해 제공권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중국의 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유지․확대 계획이 중국 군 기획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며 “따라서 중국은 야심차고 신속하게 추진 중인 선진화된 전투기 배치 계획의 속도 조절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