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과 승리, FT아일랜드의 최종훈 등 유명 케이팝 가수들이 성접대, 마약, 동의 없는 성관계 불법 촬영과 유포, 경찰 뇌물공여, 음주운전 등을 둘러싼 온갖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케이팝의 깨끗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번 스캔들의 파장은 2017년 미국에서 터진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스캔들보다 클 수 있다. 당시 와인스타인이 영화계의 거물이란 위계를 이용해서 수십 명의 여성들에게 불미스러운 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계뿐만 아니라 정치, 관료, 체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와인스타인 사건은 전 세계 여성들 사이에서 ‘미투’(MeToo) 운동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 터진 스캔들의 파장이 더 클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케이팝 아이돌들의 ‘잘못된 행동’은 절대 용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팬들 다수는 어린 청소년들이다. 또한 그들 덕에 한국 문화가 아시아 전역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됐고,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국가들 사이에서도 팬덤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케이팝 아이돌들에게는 깨끗한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멈출 줄 모르는 케이팝의 인기 때문에 자국 연예인들의 인기가 떨어져 노심초사하고 있던 국가들은 이번 스캔들을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고 할 수도 있다.

오인규 세계한류학회 회장은 “중국, 일본, 무슬림 국가들은 그들 나라 소녀들이 케이팝과 케이팝 아이돌을 너무 좋아해서 매우 걱정해왔다”며 “이번 스캔들로 그들이 케이팝을 비판하고, 케이팝의 (자국) 진출을 막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미 인도네시아에선 그런 움직임이 목격되기 시작됐다. ‘자카르타 포스트’지는 “케이팝팬들은 범죄자와 성도착자들에 대한 우상화를 중단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의 주필인 한다야니 프리스마추티는 “현재 케이팝 팬들은 승리와 정준영 및 그들 친구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팬들과 그들이 무죄로 풀려나 계속 자신들을 즐겁게 해주기를 바라는 팬들로 나눠졌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채널 뉴스아시아’는 “이것으로 케이팝의 순진한 이미지는 끝난 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럴지도 모른다. 해외 팬들이 이번 스캔들로 큰 충격을 받은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을 연구해왔던 칠레 산티아고 대학의 콘스탄자 호르케라(Constanza Jorquera) 교수는 Asia Times 기자에게 “이번 스캔들로 인해서 케이팝 2세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승리가 속했던 빅뱅 멤버들이 케이팝에 미친 영향이 워낙 지대했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도 ‘케이팝의 왕’으로 불린다. 하지만 지드래곤과 탑의 병가 특혜 의혹과 승리의 성접대 스캔들로 빅뱅이 받은 타격은 이만저만 크지 않을 수 없다.

호르케라 교수는 “지드래곤은 이미 몇 년 전 대마초 흡연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대성은 2011년 사람이 숨지는 교통사고에 휘말렸으며, 탑은 여전히 작년 대마초 흡연 사건으로 인해 이미지가 안 좋아 현재 유일하게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건 태양뿐이다”고 말했다.

다만 음악 분야가 팬들의 이동 속도가 빠른 곳이라서 이번 스캔들이 케이팝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더 젊은 세대의 팬들은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3세대 그룹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고, 최근 등장한 그룹만 좋아하는 팬들도 많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오인규 회장은 “여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빅뱅을 좋아하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며 “이번 스캔들로 케이팝이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