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지하철역에 왼손을 들고, 마이크를 쥔 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소년이 등장하는 포스터가 붙었다.

소년은 바로 슈퍼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다. 포스터는 덴마크 팬들이 그의 생일을 기념해서 붙여놓은 것이다.

이 한 장의 포스터는 오늘날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 데 큰 도움을 준 팬덤과 비공식적인 국제 마케팅의 위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징표다.

바이킹 아미

카밀라 한센(35) 씨는 Asia Times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12월 덴마크에 첫 번째 포스터를 붙였다”고 말했다. 사무직인 그녀는 퇴근 후 방탄소년단의 덴마크 팬클럽 BTS 덴마크 아미(BTS Danish ARMY, 이하 ‘아미’)를 운영한다.

그녀는 포스터 붙이기 운동과 관련해 “반응이 정말 좋았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흥분했다. 이곳에서도 방탄소년단 팬 문화가 서서히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에서 방탄소년단 포스터를 정말 많이 봤는데, 여기 덴마크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녀가 이끄는 팬클럽은 덴마크 내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올라가는 데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올해 3월 방탄소년단은 덴마크 음악잡지인 GAFFA로부터 ‘올해의 인터내셔널 밴드상’과 ‘올해의 인터내셔널 릴리스상’을 받았다.

한센씨는 “팬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됐는데, 우리 팬들 모두가 투표했다. 그리고 진행자가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호명하자 우리 모두 너무 좋아서 미쳐버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미가 방탄소년단의 수상을 도울 수 있게 미리 팬 투표 사실을 트위터에 올린 뒤 덴마크의 절반을 가로질러 가 시상식에 참가했다.

그녀와 방탄소년단과 케이팝의 만남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지난 2016년 5월 유튜브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춤을 연습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본 뒤 그녀의 삶은 바뀌었다.

그녀는 “그들의 말을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했고, 한국이나 케이팝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지만, 그들의 음악에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회상하며 “이후 내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독학한 한센씨는 방탄소년단 공연을 보기 위해 유럽 전역을 돌아다닌다. 심지어 밴드 멤버 중 한 명의 이름을 따서 기르는 고양이 이름을 ‘태태’(멤버 뷔의 별명)라고 지었다.

슈퍼 인기를 만든 슈퍼맨

한센씨 같은 팬들 덕분에 방탄소년단은 서양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미는 미국 지역 라디오 방송국 DJ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방탄소년단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조수광 DFSB 콜렉티브 대표이사는 “방탄소년단이 서양에 오게 된 경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방탄소년단이 왔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촘촘한 팬 층을 언급하며 “방탄소년단과 세계 팬들 사이에 특별한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연결은 어떻게 가수들이 팬들과 능동적이고 인터랙티브한 소통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 연구”라고 덧붙였다.

한센씨는 덴마크 라디오 방송국들에게 케이팝에 관심을 갖고, 방탄소년단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들의 협조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녀는 “우리가 계속 싸워나가면, 미국에서처럼 언젠가 덴마크 라디오에서도 방탄소년단 노래가 자주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