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학자 노자(老子)의 삶은 미스터리에 싸여있다. 기원 전 601년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출생과 관련해서는 정설이 없다. 그가 기원전 5세기 내지 4세기에 태어났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그가 주(동주(東周))나라 도서관을 관장했다는 설도 있다.

노자가 신화적 인물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그의 가르침과 그가 남겼다는 말은 지금까지 세계 제2대 경제대국인 중국인들의 삶에서 중요한 교훈 역할을 한다.

그가 쓴 것으로 전해진 도덕경(道德經)에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이것은 그가 활동하던 시기부터 약 2,600년이 지난 현재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인들에게 특히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유럽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의 유럽 순방 도중 중국에서는 28일부터 재개되는 미국과의 무역협상 준비가 한창이었다. 중국의 집권 공산당 입장에선 이 협상이 시 주석의 유럽 순방 못지않게 중요한,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듯 천천히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민신 페이 클레어몬트매케나 대학 교수는 Asia Times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대두와 에너지 제품 중국 수출 약속 등의 단기적 승리를 얻어내길 너무 간절히 원한 나머지 장기적으로 자국과 우방국들에게 유리한 중국의 시스템적 변화 약속을 받지 못할 경우 미국에게도 불리할 것이다”며 “그런 기회주의적 태도는 우방국들에게 미국이 정말로 중국과의 경제적 마찰을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하는 한편, 아무런 소득 없이 단기적으로 높은 부담만 짊어져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 스타일 역시 미국과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EU 등 전통적 ‘우방국들’을 소외시켰다.

중국에 다가서기 시작하는 유럽

EU는 중국의 더딘 개혁 속도와 외국 기업들이 중국 내 비즈니스를 하면서 겪는 여러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또한 시 주석의 유럽 순방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시 주석 방문 직전까지도 EU는 중국은 ‘전략적 경쟁자’라는 보고서를 낼 만큼 중국의 부상을 경계했다.

그러나 시 주석 방문 이후 유럽의 분위기가 급전환됐다. 시 주석은 이탈리아를 방문해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순방 마지막 날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를 원한다”는 말을 받아냈다.

중국 입장에선 대대적으로 홍보할 거리가 생겼다. 옌쉐퉁 칭화대학 당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이자 교수는 과거 이런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많은 경계의 목소리와 달리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는 세상이 종말론적 전쟁이 벌어질 세상은 아닐 것이다. 중국이 향후 몇 년 동안 추구하려는 야심의 크기가 다수의 서방 외교 정책 수립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작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중국의 외교정책은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 자리에서 밀어내기보다는,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필요한 조건을 유지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이나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과의 공개 마찰을 피하려고 애쓸 것이다. 그렇지만 미중 두 강대국이 맞서는 불안한 평화의 시대가 올 것이다. 양국은 군사력을 키우더라도 전면적 갈등으로 치닫기 전에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조심할 것이다. 그리고 대립적인 동맹을 통해 세계 패권을 다투기보다는 경제 및 기술 분야 경쟁에 치중할 것이다.”

실제로, 기술은 미국이 최대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무역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논의에서 핵심 걸림돌이었다.

중국에 구조개혁 요구하는 미국

중국과의 기록적인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협상에 진전이 있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협정 발효, 강제 기술 이전 금지, 중국 경제 정책에 대한 구조 개혁 등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협상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러우 지웨이 중국 국가사회보장기금(National Social Security Fund) 회장이자 전 재무부장은 지난주 말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내세운 핵심 요구 사항이 우리의 개혁 필요성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 모두에게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 냉각된 경제 환경은 중국, 미국, 유럽 모두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중국국가통계국(NBS)이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 중국 산업기업들의 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나 급감한 7,080억위안(120조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감소율은 2009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도달했을 당시 이후 최대 수준이다.

NBS는 짧은 성명을 통해 “2월의 춘제 연휴 휴업으로 인해 산업이익이 감소했다”며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올해 연휴 요인이 산업체의 생산과 경영에 더 장기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설명을 그대로 믿지 않고 있다. 베티 왕 ANZ 중국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무역협상을 타결할 수 있어도 중국의 수출 감소 추세가 뒤바뀔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겐 어쩌면 무역협상이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노자의 가르침과 달리 불과 1보 전진을 위한 3보 후퇴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