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는 고공에서 줄을 타본 경험이 없다. 그러나 ‘태양의 서커스’ 제작진이 리 총리의 균형 능력을 봤다면 그를 고공 줄타기 배우 선발 오디션에 참가시키고 싶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리 총리는 3,000명 가까운 인민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 보고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힘겨운 투쟁을 위해 반드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올해 30년 만에 가장 낮은 6~6.5%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경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수단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올해 중국은 재정적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2.8%로 잡았다. 지난해의 2.6%보다는 높지만 중국이 국제 표준으로 보는 3%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개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감면해줄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이 지방정부 부외부채(簿外負債)라는 은밀한 방법을 통해 얼마나 경기부양을 하려고 하는지가 관건이다. 이 점에서 리 총리의 줄타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의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 부외부채로는 지역 지도자들이 세운 예산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 지방정부 금융기관들(LGFVs)이 내준 부채가 포함된다.

부외부채는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 등의 감시를 피해 경기부양책의 수도꼭지를 다시 열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이 덕분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흔들린 중국 경제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가베칼 리서치(Gavekal Research)의 앤드류 배슨과 첸롱 연구원들의 지적대로 중국 31개 성 중 23개 성은 이미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들의 중위 목표치는 작년 7.0%에서 올해 6.5%로 떨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성장 둔화를 용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작년 중국 경제는 1990년 이후 가장 부진한 6.6% 성장에 그쳤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 경제는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모든 지방정부들은 6차선 고속도로, 국제공항, 대학을 갖춘 제2의 선전 건설을 꿈꿨다.

하지만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들이 진 부채는 중국 경제의 장기적 위험성을 높여놓았다. 중국은 올해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 규모를 작년(1조3,500억 위안)보다 8000억 위안 많은 2조1,500억 위안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설정액 이상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이 예상된다. 작년 인프라 개선에 든 돈의 80% 이상이 특수목적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됐다. 올해 성장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 비율은 더 늘어날 게 확실하다.

이것은 본질적으로는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하는 전략이다.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현금을 창출해줘야 한다. 단, 그러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끝내주는 게 급선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미국 증시 하락을 우려해 시 주석과의 협상 타결을 점점 더 많이 원하는 것 같다. 그는 그동안 증시 호황을 자신의 주요 성과로 꼽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의도하지 않게 피해를 봤던 아시아 국가들도 무역협상 타결을 환영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관세전쟁을 시작했으나, 그로 인해 한국에서부터 싱가포르까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의지해오던 공급망이 파괴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 마감 기한을 기존 3월 1일에서 연장하겠다고 밝힌 건 아주 잘한 일이다.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러시아 스캔들 등과 관련된 야당의 공세로 현재 위기에 몰린 이상 그는 무역협상 타결을 정책적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 지역 긴장감도 완화된다. 시 주석은 올해 그런 ‘균형 잡힌 메커니즘’(balancing mechanism)을 완성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려면 동시에 수많은 상충적 힘들에 대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세계 경제 둔화 속에서도 자국 내의 심각한 부채와 신용과 부동산 거품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 다만, 아직까지 오랫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해온 ‘민스키 모멘트’(Minksy Moment)를 겪을 위험이 커지고 있지는 않다.

민스키 모멘트는 부채 상환 능력이 악화되어 건전한 자산까지 팔게 되면서 금융위기가 도래하는 시점을 말한다. 1980년대에 일본이, 1990년대에 아시아 개발도상국가들이, 이후 10년 뒤에 미국이, 그리고 최근에는 위기로 비틀거리는 유럽이 민스키 모멘트를 겪었다.

중국 정책 당국자들은 높은 저축률 덕에 약 34조 달러에 달하는 공공과 민간 부채가 크게 위험하진 않다고 주장하곤 한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당국자들이 무슨 말을 하건 중국의 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부채가 늘어날수록 중국 경제는 소름끼칠 정도로 위험해진다.

리 총리는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태양의 서커스’에 나오는 공중 줄타기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균형이 중요한 줄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