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시아 증시에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상장돼 있다. 하지만 이런 ETF가 아시아 지역 경제 성장의 수혜를 보기 위한 최선의 투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종목별로는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라도 부실한 은행과 실적이 썩 좋지 않은 통신사, 과거 지향적인 유통업체 등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알리바바나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새로운 성장 기업은 투자 가치가 있으나, 이런 업종의 모든 기존 기업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베트남 경제 성장의 최대 수혜주는 폭스콘이다. 폭스콘은 올해 초에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생산 설비의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외투기업 뿐 아니라 베트남 기업의 수혜도 예상된다. 베트남 증시는 올해 들어 호치민 지수가 15% 상승하며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승분의 5분의 2는 부동산 기업인 빈그룹(Vingroup)과 빈홈스(Vinhomes)의 몫이다.

베트남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중국 증시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것은 긍정적인 경제 전망 때문이 아니라 개별 종목의 투자 매력 때문이다. 중국이 금융시장을 전 세계에 개방하고 있다. 중국의 채권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중국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10개 종목 중 7개가 금융주다. 다른 종목은 텐센트와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타워 정도다.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타워는 5G 이동통신망 구축과 관련 인프라 투자의 수혜주다.

중국 금융주의 강세는 중국 금융시스템 개편의 전조 증상이다. 중국의 기업금융은 국영 금융기관이 국영기업에 보조금 성격의 자금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형태다. 하지만 앞으로는 회사채 위주의 기업금융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주요국 중 저축률이 가장 높은 나라지만, 자금 배분은 가장 비효율적이다. 차이나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서재경대학과 광파은행의 공동 조사 결과 도시 가계의 평균 자산은 지난 2017년 150만 위안(2억5200만 원)으로 2011년의 97만 위안보다 7.6% 증가했고, 2018년에는 162만 위안(2억7300만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인의 보유 자산 중 77.7%가 부동산이다. 금융자산의 비중은 11.8%에 그쳤다. 일본의 경우 가계의 전체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1.1%, 싱가포르 56%, 영국은 52.2%에 달해 중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조사 보고서는 밝혔다.

중국 가계의 금융자산 배분도 비효율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42.9%가 예금이고 금융사 위탁 자산이 13.4%, 주식 8.1%, 펀드 3.2%, 채권은 0.7%였다. 중국 가계의 보유자산 다변화가 진행되면서 주식과 채권 투자가 늘어나고 금융서비스 업종의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 지분 100% 보유가 가능해진 외국계 금융기관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중국 금융기관의 비용 절감과 서비스 개선도 예상된다.

주변국을 압도하는 중국 증시의 강세에는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이런 구조적인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

아래 그래프는 항셍중국기업지수 내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의 지수 상승 기여도를 보여주고 있다.

 

타이완 증시에서도 자취안지수 내 비중이 20%에 달하는 금융주가 올해 들어 4% 상승했다. 반도체업체 TSMC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교역량 감소를 이겨내며 강세를 보였다. 타이완의 정보기술 업종의 주가도 7.4% 상승했다. 하지만 자취안지수는 해운 등 통상관련 업종의 실적 악화로 부진했다.

금융주는 인도네시아에서 시총의 40%, 말레이시아에서 35%, 필리핀에서는 2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들 3개국의 금융주는 올해 들어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