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내에서 소수종교에 속하는 힌두교도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신드주(州)에서 10대 힌두교 소녀들이 납치돼 개종당한 뒤 무슬림 남성과 강제 결혼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나, 정부 당국이 그들의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 터진 사건은 3월 17일 14세 소녀 말라 쿠마리 메그와르의 아버지가 피타피 출신 남성 4명이 총구를 겨누고 위협하며 딸을 납치했다며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나중에 납치범 중 한 명은 기자들에게 메그와르는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자신과 결혼했다고 알려왔다.

이보다 앞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힌두교 전통 봄맞이 축제인 홀리(Holi) 축제 전날 신드주 고트키 지역에서 10대 자매인 리나(15세)와 라비나(13세)가 강제 개종과 결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지는 못했다.

칸 총리는 신드와 펀자브 주지사들에게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들을 즉시 체포하고, 자매를 구해올 것을 지시했다. 경찰이 혼인신고서 담당 공무원과 함께 14명의 용의자를 체포하자 납치된 자매는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에 출석해 신변보호를 요청했고, 법원은 요청을 받아들였다.

힌두교 미성년자들의 납치와 강제 결혼은 신드주에서 이슬람교 신학교를 운영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슬람교 로비단체들의 주도로 저질러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 제2 야당인 무슬림 연맹(PML-N)의 대표 케소 말 키알 다스는 Asia Times에게 “이번 달에만 7명의 힌두교 소녀들이 영향력 있는 정치․종교 세력의 지원 하에 납치돼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공개 결혼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며 “하지만 사법당국은 납치된 소녀들의 소재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신드 주정부는 18세 미만 미성년자들의 강제 개종과 결혼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수종교 보호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슬람교 종교단체들이 법안의 일부 조항이 이슬람교의 가르침과 헌법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신드 주정부는 주지사에게 법안 통과 동의를 구했으나 주지사가 이를 거부했다. 결국 강력한 권력을 가진 종교단체들이 소수종교를 보호하려는 주정부의 움직임을 좌절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 의장인 시이드 메흐디 하산 박사는 Asia Times에게 “다수의 이슬람교 신학교들이 강제 결혼을 장려하는 신드주에서 강제 개종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 신학교들은 정치적 후원을 받고 있으며, 유명 인사들조차 소수종교에 가하는 잔혹행위를 지지한다. 권리와 위엄을 지켜주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 소수종교 신자들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강제 개종과 원치 않는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를 막기 위해서 엄격한 법을 만드는 건 국가와 국회의원들의 책임이다. 미성년자들이 강제 결혼하게 될 때 이 문제는 더 끔찍해진다.”

파키스탄 힌두교 협의회에 따르면 파키스탄 전체 인구 1억9,700만 명의 약 4% 정도를 차지하는 800여만 명의 힌두교도들이 파키스탄 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신드주에 거주하는 신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신드주 전체 인구의 6.6%가 힌두교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