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의 의료보험제도는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구 통계 변화와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향후 제도의 원활한 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세계 부국들과 달리 베트남 국민 다수는 국가가 보조해주는 의료보험제도 혜택을 누리고 있다. 베트남 국민의 평균 수명은 미국 국민에 비해 불과 2년 짧은 76세다. 아울러 많은 베트남 국민은 지난 몇 년 동안 경제가 급성장하자 국가에서 제공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은 재산을 축적했다. 다만 아직까지 민간보험 가입자 비율은 낮지만 작년 민간보험 시장 규모는 50억 달러 정도로 2017년도에 비해서 24%나 커졌다. 베트남 보험연맹(Insurance Association of Vietnam)은 최근 올해 이 시장이 작년보다 25%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의료보험제도는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베트남 사회보장청(Vietnam Social Security, 이하 VSS)이 공적보험제도 대상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작년 말 기준 베트남 전체 인구의 약 13% 정도, 즉 1,000만 명 이상이 여전히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매년 작성해 발표하는 보고서인 <베트남 공적비용 검토서(Vietnam Public Expenditure Review)>에 따르면 이로 인해서 보험 미가입으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늘어난 의료보험비용 때문에 매년 200만 명 정도가 빈곤층으로 내몰리고 있다.

2013년 하노이 국립묘지에서 한 노인이 휠체어를 탄 채 이동하고 있다. (사진: AFP)

베트남 정부는 올해 전체 인구의 의료보험 가입률을 88%로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제때에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베트남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게 문제다. 베트남 인구의 고령화 문제가 일본이나 태국만큼 심각한 건 아니지만, 2040년이 되면 베트남 전체 인구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12%에서 21%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베트남의 중위연령, 즉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해당 연령이 여전히 26세로 젊은 편이지만, 베트남은 동시에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다.

작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은 부유해지기 전에 고령화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베트남의 생산가능인력, 즉 경제활동이 가능한 만 15세부터 64세까지의 인구수가 2013년 정점에 도달했을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000달러(560만 원)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에 한국과 일본의 경우 생산가능인력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1인당 GDP는 각각 3만 2,000달러와 3만 1,000달러였다. 베트남은 그 정도의 소득 성장 궤적을 밟고 있지도 못하다. 베트남 정부는 2035년도는 돼야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 노인을 돌보는 데 드는 비용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베트남 국민의 기대수명이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점도 이유다. 현재 60세 이상 인구의 30%만이 국가로부터 연금을 받고 있고, 저축한 돈이 있는 노인 비율은 1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날 경우 저축 인구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연금 수령자가 그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경우 베트남 정부는 수십 억 달러의 부담을 져야 할 게 분명하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IMF는 지금 속도대로라면 2050년까지 연금 지불액 때문에 GDP 대비 정부지출 비율이 8%p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IMF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다른 12개 아시아 국가들 중 으뜸이다.

출처: 유엔

베트남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이 모든 우려가 현실화되는 걸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베트남 경제는 매년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7% 정도 성장하고 있고, 조만간 이런 성장세가 대폭 꺾일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동시에 베트남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인 지금도 이런 부담을 혼자 짊어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VSS의 공적보험제도의 재정 상태는 상당히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의료비, 은퇴 연금, 실업급여 등을 지급하는 공적보험은 2021년이 되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향후 몇 년 동안 고용주와 근로자들이 내야 할 보험료 납부 액수를 대폭 올려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은, 보편적 복지 제공 약속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료비 지출 액수는 사실상 감소했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작년 정부가 병원에 지급한 돈은 1억 3,700만 달러였는데 이는 2017년보다 줄어든 액수다. 이처럼 정부 지불금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재정 고갈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재정적자와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계속 늘어나면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 한도를 65%로 정해놓았는데, 이 한도를 고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베트남의 공공부채는 1,340억 달러로 GDP의 약 61% 규모다. 2017년에 비해서 2.3%p 줄어든 수준이다.

베트남 정부는 의료보험비 부담을 줄이고자 의료 분야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공공병원이 직접 수입과 지출을 통제할 수 있게 됐고, 의사들의 지출 통제 권한도 확대됐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정책 도입으로 공공병원이 환자 요구를 더 잘 들어줄 수 있게 됐다고 선전하지만 전문가들은 병원들이 가난한 환자보다 부자 환자 치료에 전념하면서 의료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야기됐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공공병원이 영리추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도 문제인데, 정부의 의료보험비 지출이 계속해서 줄어들 경우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공공병원이 신형 의료장비를 구입하거나 시설 확충에 나서려고 할 경우 민간병원처럼 투자자를 물색하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럴 경우 병원은 너무 비싸다고 여겨지는 현대식 장비 구입에 종종 애를 먹게 될 수 있다. 공산당이 의료보험 서비스에 들어갈 국가 보조금을 줄이거나 점진적으로 없애기 위해서 이런 식의 공공병원 ‘자율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제 공공병원이 ‘비윤리적인 수익 극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병원이 수입을 늘리기 위해 환자의 입원 시간을 늘리거나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할지도 모른다.

베트남 정부도 이런 문제들 중 일부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조사 결과 의사들이 불필요한 처방을 하거나 환자들의 병원 입원 시간을 늘리도록 권장하는 등의 문제들이 발각됐다. 정부는 병원의 행정 절차를 개선하고, 병원을 대상으로 한 감사를 강화함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계획이나,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한 전문가는 “베트남 정부는 의료보험 서비스의 경제 기여 정도를 감안해서 그것을 경제적 짐이 아니라 더 큰 발전을 위한 투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