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선 제대로 안 되는 것들이 정말 많다.

대기 질이 세계 최악이지만 신속한 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는 야심찬 정책 목표를 내세우지만 역량이 떨어진다. 군대는 테러리스트들을 막으려고 할 뿐이다. 내부 갈등이나 국경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까지 말 그대로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제야 화장실이 없는 농촌 빈민들을 위해 수백만 개의 화장실을 짓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래도 인도를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선거다.

인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4월 11일부터 5월 23일까지 7단계에 걸쳐 인도 총선이 실시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두 달 반 동안 인도 전역이 선거 분위기에 휩싸일 예정이다. 올해 총선에서는 9억 명 가까운 유권자가 등록했다. 세계 최대 유권자 수다. 지난 70년 동안 17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인도 국민들은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그들은 인도는 중국이 아니고, 자유 가치를 존중하며, 중간에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길 원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강력한 권력교체 욕구

가난한 인도 유권자들 사이에선 선거 때마다 ‘집권당에 반대하는 정서’(anti-incumbency), 즉 권력교체 욕구가 강해진다. 따라서 현명한 인도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재선 가능성이 낮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총선이 5년마다 열린다는 건 정치인들의 임기가 5년마다 끝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재선을 노리는 정치인들은 늘 긴장하고 산다. 이런 점에서 총선은 인도가 정국불안과 대외 경제의존이 심한 소위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으로 전락하지 않게 막아주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도처럼 다양하고 거대하고 분열된 계급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살아남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간혹 발생하는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선 선거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 등 다른 많은 국가들에서보다 더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다. 선관위의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활동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선거 일정이 발표되면 총리나 국무장관은 공식적으로 주요 정책 결정을 할 수 없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에 빠진다. 반면 선관위는 선거를 치르기 위해 공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총선 날짜까지 두 달 반 동안 선관위원장은 사실상 총리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과거 정치인들은 선거를 조작하려고 애써왔다. 그들은 투표소를 점거하고, 가짜 표로 투표함을 채우고, 유권자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협박하고, 투표하는 유권자에 대한 구타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자 선관위는 전자투표기(EVM)를 사용하고, 투표소에 준군사부대 주둔을 요청하는 식으로 유권자가 받는 부담을 최소한도로 낮춰놓았다. 누구나 두려움 없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정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유권자에게 있지만 그들 사이에선 정치인들은 모두 똑같고, 아무리 정권을 교체해봤자 변하는 게 없다는 정서가 만연해 있다. 따라서 일부에선 ‘지지 후보 없음‘(None of the Above) 버튼을 누르자는 운동도 일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이 버튼을 누르는 유권자 비율은 1~2% 정도에 불과하다.

투표가 의무적인 건 아니지만, 유권자의 약 60%가 투표에 참가한다. 먼 곳에 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유권자만 투표에 불참한다. 대부분의 인도 국민들에게 투표는 중요하다. 그것은 그들의 신성한 권리로 간주된다. 총선만큼 인도 국민을 단결시키는 힘은 없다.

인도 총선은 4월 11일 첫 투표가 실시된 뒤 4월 18일, 4월 23일, 4월 29일, 5월 6일, 5월 12일, 5월 19일 등 인도 전역에서 6주 가까운 기간 동안 7단계에 걸쳐 열리며, 개표는 5월 23일 하루 동안 진행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하원 의원 543명을 선출하며, 현 연방하원의 임기는 6월 3일 종료된다. 과반인 272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데, 지난 2014년 선거에서는 인도국민당(BJP)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