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를 경험한 인도네시아에서 군의 정치 참여는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군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군(TNI)이 보직이 없는 장교의 정부 기관 취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화를 지지하는 활동가들은 군의 이런 움직임을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시절에 횡행했던 ‘이중 취업정책’으로 회귀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군 내부의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보직이 없는 군인의 행정부나 민간기업 취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2004 TNI 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 개정은 논의의 초기 단계에 있고, NDI(National Defense Institute)의 아구스 위드조조 총재는 시민사회의 반발로 이미 법 개정을 재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조조 총재는 20 여 년 전 군부의 정치참여 배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중 취업정책’은 지난 1957년 계엄령하에서 도입됐으며 수하르토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부 기관 진출 군인이 크게 늘었다. 1980년까지 공무원과 시장, 주지사, 국영기업 CEO, 법관, 의원, 각료 등으로 정부 기관에 진출한 군인이 8156명에 달했다. 이후 수하르토 하야 3년 전인 1995년에는 6000여명으로 줄었다.

위드조조 총재는 수하르토 하야 2개월 후 당시 고위 관료 였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함께 정치에서 군부를 몰아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유도유노 전 대통령은 신중한 접근을 원했으나 보다 진보적인 위드조조 총재는 군부와 새로 출범한 민간 정부와의 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한 과단성 있는 개혁 조치를 추진했다. 이후 2년간 경찰이 군 명령체계에서 분리되고,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던 군인들은 군으로 돌아가거나 퇴직했다.

위드조조 총재는 최근 일어난 군의 움직임에 대해 “예상하고 있었다”며 “‘이중 취업정책’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라기보다 인사관리 계획 수립의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군 관계자들이 법 개정 추진에 따른 파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한 쉬운 방안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Asia Times 기자에게 군이 추진하는 방안은 “1차원적 분석”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적절한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군 대변인에 따르면 적어도 2명의 3성 장군을 포함해 최소 70명의 고위 장교와 700명의 중간 간부급 장교가 보직이 없는 상태라며 이들은 보직이 있을 때 받던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중앙)이 군사훈련 참관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AFP)

 

인도네시아의 TNI 법 47조에 의해 보직 장교는 현재 국방부와 조난구조 기구, 마약 단속이나 대테러 기구 등 10개 기관에 취업할 수 있다.

위도도 대통령의 측근인 하디 짜얀토 인도네시아군 최고 사령관은 보직은 없는 400명의 장교들이 행정부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군 내부에서는 짜얀토 사령관이 보직을 받지 못해 불만을 갖고 있는 장교들이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지거나 위도도 대통령의 라이벌인 야당 대선 후보 프라보위 수비안토 전 장군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위도도 대통령도 상당수의 퇴역 군인단체가 수비안토 전 장군을 지지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한 군사 분석가는 “정부가 뭔가를 해야 한다”며 “빠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승진 대상 장교들을 위한 자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05년 장교의 퇴직 연령을 55세에서 58세로 연장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티모르 사태 이후 대내 안보위험 요인이 약화됐고, 일정 연령에 승진이 되지 못한 장교를 퇴역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군 인사 적체 발생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가운데 4성 장군 출신인 루후트 판자이탄 해양조정부 장관 겸 선임 대통령보좌관도 군의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군의 인사적체 해소 방안은) ‘이중 취업정책’ 부활과 관련이 없다.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일 뿐”이라며 “해상 안보 문제를 이 문제에 무지한 사람이 맡아야 하나”라고 반박했다.

현재 100여 명의 장교가 이미 해상안보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위도도 대통령이 최근 도니 모란도 중장을 재난 대응 기관의 수장으로 앉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현직 장성이 정부 기관의 수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군 출신의 정부 진출을 막는 개혁이 추진된 후 몸을 낮추고 있었으나, 최근 장교의 정부 기관 취업 추진뿐 아니라 정계에 진출하는 장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위도도 대통령의 측근이자 전 군 사령관인 가토트 누르만쵸 장군은 군의 역할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공개적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활동가들은 퇴역하거나 자발적으로 군을 떠난 장성들의 정치 입문에 의문을 품고 있다. 하지만 위드조조 총재는 인도네시아 국민이라면 누구나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군이 인력 공급을 제한하고 장교 모두가 보직을 받을 수 있도록 인력관례계획을 수립할 수 있느냐가 군 인사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