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기 난사 사건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생중계됐을 때 곧바로 2017년 터진 로버트 고드윈(Robert Godwin) 살인 사건이 생각났다.

2017년 4월 16일 클리블랜드 도심에서 37세의 흑인 남성 스티브 스티븐슨이 74세의 고드윈에게 길을 묻는 척 다가간 뒤 총을 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건 말이다.

당시만 해도 페이스북 생중계 서비스인 페이스북 라이브(Facebook Live)는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비교적 새로운 기능이었다. 페이스북은 나중에 고드윈 사건이 터진 뒤에 문제의 동영상이 업로드됐다고 밝혔지만, 당시 사건은 생방송 중계되는 폭력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고드윈 사망 사건 직후 필자는 페이스북이 적어도 미성년자들에게 만이라도 시차를 두고 생방송 중계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면 어른들은 아이들이 부적절한 콘텐츠에 노출되기 전에 미리 그것을 차단할 수 있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그 동안 페이스북은 살인 사건뿐만 아니라 성폭행, 고문, 아동 학대 등 다른 중대 범죄들을 중계해왔다. 페이스북이 3,000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해 콘텐츠를 감시하고 있다지만 끔찍한 폭력 장면이 여과나 사전 경고 없이 생중계되는 걸 막는 데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뉴질랜드 테러 사건이 터진 직후 불과 24시간 만에 자체 서버에 총살 장면이 담긴 150만 개의 동영상과 사진이 업로드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들 중에 120만 개의 업로드를 차단했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연구원이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에겐 페이스북 발표가 사실은 대량 학살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30만 개나 되는 동영상과 사진이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업로드돼서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볼 수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소리로 들렸다.

페이스북은 최근 분석 결과를 발표한 뒤 뉴질랜드 테러 사건을 생중계로 시청한 사람이 200명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어떤 사용자도 사건이 종료되기 전까지 그것이 생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에 알리지 않았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실들은 페이스북이 유해한 콘텐츠 적발을 위해서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사용자들이 부적절한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알리는 방법을 모르거나, 페이스북이 그들의 불만을 해소해줄 거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생중계가 끝난 뒤 남아 있던 동영상의 시청횟수는 4,000회에 달했다. 여기에는 다른 사이트들에, 혹은 다른 사용자들에 의해 페이스북에 업로드된 동영상 복사본 시청횟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 중에 미성년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13세의 어린 청소년도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살인 장면을 여과 없이 시청하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2년 전 고드윈 살인 사건 이후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때 저커버그는 “우리는 이러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시간 지연

텔레비전 업계에서는 생방송이라도 몇 초 정도 지연 중계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정도 시간 만으로도 콘텐츠 내용을 검토하고, 그것이 광범위한 대중에게 방송돼도 적절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부적절한 영상을 거르는 모더레이터(moderator) 역할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그리고 일부 생중계 영상 시청자는 TV 시청자만큼 많지 않을 수 있기에 지연 방송 시간을 몇 분 정도로 더 늘릴 필요도 있다. 그래야만 비로소 충분히 많은 성인 사용자들이 방송을 미리 확인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경우 그것을 페이스북에 알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기업이나 출판사처럼 주요 사용자들에겐 훈련 과정을 수료한 뒤에 생방송하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사람들에게 앞으로 올라올 생방송에 대해 회사 차원의 모더레이터를 요청할 수 있게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아직까지 이렇게 비교적 간단한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이유는 충분하다. TV의 지연 방송 체제가 자리를 잡은 이유는, 방송 규제당국자들이 생방송 도중 부적절한 내용을 내보내는 방송사들을 처벌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실상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경우 이런 규제의 무풍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오직 영리적 목적을 추구하거나 대중의 격한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만 변신한다.

소셜 미디어 규제 여부와 방법은 정치적 문제와 관련된다. 하지만 미국의 많은 정치인들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들과 끈끈한 밀착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일부는 지지층 확보를 통한 당선 수단으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왔다. 일단 당선되면 재선을 목적으로 지지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계속해서 소셜 미디어에 의지한다.

연방정부 역시 국민과 소통하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다. 따라서 정치적 영향력을 얻고, 유지하고, 확산하기 위한 도구로써 페이스북이 가진 기능 때문에 정치인들은 그것을 규제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미국 의회 역시 소셜 미디어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어떤 유의미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어떤 아이들도 페이스북이 생산한 대량학살 등의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긴 콘텐츠를 봐서는 안 된다. 성인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잔인한 장면에 노출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나 더 낫고, 더 안전하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저커버그에게 대중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인 페이스북 라이브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페이스북이 대중과 규제 당국자들에게 그것이 더 안전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그런 기능이 복원돼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Asia Times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