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솔로몬 트레이더호 기름 유출 피해를 입은 솔로몬 제도 주민들이 긴급 식량과 물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홍콩 국적 벌크선 솔로몬 트레이더호가 지난달 5일 서 렌넬섬(West Rennel) 루구만(Lughu Bay)에서 알루미늄 원광인 보크사이트를 선적하던 중 사이클론 오마(Cyclone ‘OMA’)에 떠밀려 바위에 부딪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벙커유를 포함해 80톤이 넘는 중유가 유출되면서 물이 오염되고 어업 활동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지역 주민 300명의 생계가 위태롭게 됐다.

아바타이 마을의 레이몬드 사우 촌장은 지역 일간지인 ‘솔로몬 스타’(Solomon Star) 웹사이트에 “물고기가 기름에 오염됐을까봐 잡으러 갈 수 없고, 바닷물 오염도 심각한 상태”라며 “해안이 온통 기름으로 뒤덮여 있어 식수조차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속해있는 루구만 해변에는 수천 마리의 죽은 물고기들이 널려있다. 렌델섬은 840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산호섬이다.

사우 촌장은 “유출된 기름에서 나오는 유독 가스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며 “낮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밤이 되면 유출된 기름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고, 아이들을 포함해 몇몇은 병에도 걸렸다”고 주장했다.

유출된 기름이 솔로몬 제도 렌델섬 해안가를 뒤덮고 있다. (사진: 트위터)

 

솔로몬 제도 당국자들도 늑장 대응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은 사이클론이 일어난 동안 기상 여건이 좋지 못했고, 대응 장비도 부족했다고 변명했다. 아직도 배에 실려 있는 600톤의 기름이 추가로 유출될 우려가 크다.

일단 기상 상황이 나아지자 호주 정부는 피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정찰기와 유출된 기름 방제 작업을 할 수 있는 해군 함정을 급파했다. 이어 4일에는 전문가들을 보냈는데, 이들은 유출된 기름이 해안을 따라 6킬로미터 정도 퍼졌다고 밝혔다.

마리세 페인(Marise Payne) 호주 외무장관은 “생태계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솔로몬 제도 당국이 호주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솔로몬 트레이더호 선사의 더딘 대응을 문제 삼는 발언이었다.

호주와 솔로몬 제도 당국은 홍콩에 본사를 둔 해운회사인 사우스익스프레스(South Express)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스익스프레스는 빈탄 마이닝(Bintan Mining)사가 보크사이트 운반을 위해 솔로몬 트레이더호를 임대한 것이므로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탄 마이닝은 솔로몬 제도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영국령인 버진 제도(Virgin Islands)에 등록되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모회사는 아시아태평양투자개발(APID)로 짐작되는데, APID는 홍콩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PID는 2008년 렌넬섬에서 보크사이트 등의 광물 채굴 면허를 받았다. 하지만 전 세계 금융 위기로 채굴 활동은 중단됐고, 2012년에 면허를 갱신해야 했다. 이어 2015년 지주들이 APID가 렌넬섬에서 불법으로 목재를 추출했다고 비난하자 채굴 면허가 정지되었지만 나중에 다시 풀렸다.

현지 주민들은 배가 좌초하자 빈탄 마이닝 직원들이 바지선(운하강 등에서 사람화물을 싣고 다니는 바닥이 납작한 배)에서 보크사이트를 바다로 던지는 바람에 기름 유출 사태가 심화됐다고 주장한다. 바지선은 정박한 배로 보크사이트를 운반하는 데 쓰이고 있었다.

 

솔로몬 제도 수도 호니아라 인근 해안에서 아이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AFP)

 

사우 촌장은 “빈탄 마이닝 직원들이 바지선에서 기계를 이용해서 보크사이트를 만으로 던지는 모습을 봤다”며 “이후 바다 빛깔이 순식간에 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주민들이 보크사이트 불법 투기를 입증할 어떤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