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과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방글라데시 쿠투파롱 난민 캠프에서 중앙집중식 분뇨처리장(Centralized Fecal Sludge Management Plant, 이하 CFSMP)의 문을 열었다. 전 세계 난민 캠프에 있는 분뇨처리장 중 최대 규모다.

약 55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머물고 있는 쿠투파롱 캠프는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 바자르 남쪽 좁은 지대를 따라 퍼져있는 난민캠프들 중 수용 인원 면에서 최대다.

옥스팜에 따르면 이곳에선 매일 난민 1인당 생산하는 쓰레기와 배설물로 약 2리터의 물이 오염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방글라데시 30개 난민 캠프에 수용된 로힝야족 난민 수가 약 90만 명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봤을 때 이들이 매일 24시간씩 생산하는 오물 양이 약 180만 리터에 달한다는 뜻이다.

2017년 9월 21일 콕스 바자르 난민촌에서 구호물자를 받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들 (사진: 로이터)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지난 2017년 8월 시작된 로힝야족 반군에 대한 군경의 대규모 토벌 작전이 인종청소로 변질해 수천 명이 살해되고 약 70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에서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난민들은 지붕도 없이 생활해야 했다. 또 불결한 공간 속에서 대소변을 해결해야 했다.

이후 지난 1년 동안 국내외 구호단체들이 약 4만9,000곳에 구덩이를 파서 재래식 화장실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화장실 처리 용량이 한계에 도달했다.

게다가 밤에 화장실 사용을 꺼려하는 많은 로힝야족 난민 여성들이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바람에 난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관우물(작은 관을 땅 속에 박아 펌프로 물을 뽑아 올리는 우물)이 오염되는 사태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천 명의 난민 여성들이 강간을 포함해 성적 학대를 당했는데, 이런 일들은 주로 야간에 일어났다. 그러자 많은 여성들이 밤에는 야외 화장실이 아니라 거처하고 있는 임시 대나무 오두막 안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면서 위생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구호기관들은 작년 난민 캠프에서 최소 20만 건의 설사증 감염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숨진 사람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캠프에선 사망자 수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올해 2월 촬영한 방글라데시 쿠투파롱 난민 캠프에서 만들어진 임시 묘지 모습 (사진: 마이클 헤이스 기자)

 

난민 캠프 곳곳에 공동묘지가 마련되어 있다. 엉성하게 절단된 채 세워진 묘비와 조잡한 등나무 울타리만이 이곳이 묘지임을 알려주고 있다.

기자가 6번 캠프 부근 공동묘지에서 만난 로힝야족 난민은 “1, 2, 5, 6번 캠프 사람들이 이 무덤을 사용한다”며 “하루에 3구의 시체를 이곳에 묻는데, 지금까지 800구 가까운 시체를 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우기 때 무덤들이 쓸려나가는 걸 막기 위한 보호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옥스팜과 유엔난민기구는 방글라데시 난민구호및귀환위원회(Bangladesh Refugee Relief and Repatriation Commissioner’s Office)와 공동으로 40만 달러(4억5,000만 원)를 출자해 7개월여 만에 CFSMP를 지었다.

CFSMP의 디자인은 단순하다. 현장에서 만난 옥스팜 리더 살라후딘 아메드에 따르면 이곳으로 한 번에 1만 리터, 하루에 약 6만 리터 분량의 분뇨가 트럭으로 수송된다고 말한다.

올해 2월 쿠투파롱 난민 캠프 분뇨처리장에서 인부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마이클 헤이스 기자)

 

이곳에선 하루 난민 15만 명의 분뇨 처리가 가능하다.

쿠투파롱 난민 캠프 임시 화장실 모습 (사진: 마이클 헤이 기자)

 

옥스팜 측은 CFSMP가 최소 20년 간 버틸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다른 캠프에서도 이와 유사한 분뇨처리장 건설이 검토 중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로힝야족 난민이 언제 미얀마로 되돌아갈 수 있느냐 여부다. 사실 현재 상태로는 돌아갈 희망이 없을 수도 있다. 방글라데시, 유엔, 해외 원조기관들은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구동성 로힝야족 난민을 반드시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공식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많은 구호 전문가들은 로힝야족 난민이 ‘아주 오랫동안’ 캠프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옥스팜 팀 리더 아메드는 자신이 친구들로부터 ‘똥왕’이라는 놀림을 받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며 “그래도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분뇨 처리가 물 관리보다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