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연초부터 지난 4월 말까지 40% 가까이 급등했으나, 미국 정부의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가 나온 후 5월 중 상승분의 3분의 2를 반납했다.

뉴욕 증시는 28일(현지시간) 등락을 거듭한 끝에 약세로 마감됐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한때 211포인트 상승했으나 일본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중 무역분쟁 관련 발언 후 하락세로 돌아서 약 200포인트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중신국제(SMIC)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SMIC는 통상 다른 반도체 관련주만큼 강세를 보이지 못했으나, 무역분쟁의 반사 효과를 보고 있다. SMIC는 지난주 뉴욕 증시에서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SMIC는 상장 폐지 결정은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웨이퍼 생산만 하는 대만 반도체 업체와 달리 SMIC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겸하고 있다.

현재 모든 주요 언론 매체가 미국의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가 5G 시장에서 화웨이의 독주를 막지 못하고 미국 반도체 업체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은 막대한 중국 정부의 자금을 끌어들여 성장하고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21세기 산업 경쟁력을 결정할 반도체 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올라설 전망이다.

화웨이의 유럽 최대 부품 공급업체인 AMS AG는 지난주 화웨이에 대한 공급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AMS의 주가는 연초부터 현재까지 94% 폭등하며 미국 경쟁업체를 압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가 유럽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뤼셀에 있는 경영자 협회인 차이나 EU의 루이지 감바르델라 회장에 따르면 트럼프의 시야에 들어온 화웨이와 다른 중국 기업들은 지역(유럽) 내에서 보다 매력적인 사업 파트너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긴장은 중국과 유럽 기업 간 투자와 계약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반면 미국 경기는 둔화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 JP 모건은 지난주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1%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애틀란타 연방은행의 현재 GDP 추정 모델은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을 1.3%로 전망하고 있다. 5월 마르키트 PMI지수는 기준선인 50선을 겨우 넘기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르키트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을 1.2%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채권 수익률 급락은 주가 하락보다 더 큰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경기 둔화뿐 아니라 리스크 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5월 중 미국의 물가연동국채 수익률은 변동이 거의 없었으나 명목 국채 수익률은 약세를 보였다. 물가채 금리는 연방기금선물 전망에 따라 움직이고 시장은 이미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물가채 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물가채와 명목채 금리 차는 기대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잣대다. 기대인플레는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대인플레는 보통 상품 가격을 추종하는데 현재 기대인플레는 상품 가격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다. 시장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서막을 알리는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디스인플레이션을 넘어 디플레이션까지 우려하게 하는 징후다.

이런 징후 중 하나가 주택 가격 상승세 둔화다. 주요 2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케이스쉴러주택가격지수(Case-Shillier Home Index)는 4월 중 전년동월대비 2.4% 상승에 그쳤다. 주택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경기 둔화는 운송료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형 트럭 예약 비용은 지난해 5월 1마일에 2.30 달러였으나, 현재 1.80 달러 수준이다.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은 미국 경제의 성장 전망이 약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