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는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종전과 같이 안전자산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위안화뿐 아니라 달러화 가치도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을 정도는 아니지만,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할 경우 전 세계 자본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고이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뉴욕 증시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등락을 거듭한 끝에 약세로 마감됐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38.97포인트(0.54%) 하락한 25,828.36으로 마감됐고 S&P500 지수도 8.70포인트(0.30%) 하락한 2,870.72로 마감됐다. 테크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2.73포인트 하락한 7,910.59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집회에서 중국이 “거래를 깼다”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의 영향으로 S&P 500 지수는 한때 2%까지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서한을 받았고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협상 타결 가능성을 언급한 이 발언으로 증시는 낙폭을 크게 줄였고 S&P500지수는 0.3%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필자는 무역협상이 결국 타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가 대중 관세부과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가 자문을 구하는 재계 리더들은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가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중국은 반복해서 미국의 대중관세 부과를 감당할 수 있다고 선언했으나, 당연히 관세 부과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증시가 아닌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달러가 유로와 엔에 대해 뚜렷한 이유 없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보통 국채나 금리스왑 레이트의 차이에 의해 움직인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아래 차트는 금리로 예측한 유로화 환율과 실제 환율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뉴욕장 오전 거래에서 달러가 하락하기 전 모건스탠리의 환율 분석가들은 리서치 노트에서 달러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해 미국이 대중국 관세 부과에 나섰을 때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예를 들면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2018년 8월의 고점 1.17에서 1.12로 하락했다. 10년물 미국채 수익률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10월 초 3.26%까지 상승했다. 주가는 10월 고점을 찍은 후 업종별로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약세장이 이어졌다. 지금 다시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채권과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안전자산인 달러 매수는 제한적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아 달러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자본시장에서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신인도가 낮은 채무자가 타격을 받고 위험자산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