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일 지난해 7월 이후 10%의 관세가 부과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했다. 하지만 인상된 관세는 신규로 선적하는 제품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실제로 인상된 관세는 4주 후에나 적용되며 이 기간에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미국이 강경 대응으로 돌아섬에 따라 일단 협상 타결 시점은 늦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가 협상을 깨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일 Aisa Times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판을 깨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관세 인상은 신규 선적 수입품부터 적용된다. 인상된 관세는 4주 후에나 적용될 전망”이라며 “협상이 아직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주로 중간재와 자본재로 구성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한 데 이어 나머지 소비재 위주의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보복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국제금융센터도 이날 나온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로 전환한 것은 기술 보호와 (중국) 국영기업 보조금을 차단하는 등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국금센터는 미국의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것은 이미 대상 품목이 정해져 있어 세율 조정과 당국의 심사 등 절차가 간편하면서도 중국을 압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관세 인상으로 통신장비와 컴퓨터 회로, 기계장치, 철제자구, 컴퓨터 제품, 목제가구 등을 중심으로 중국의 관세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에게도 이번 관세 인상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금센터는 지난해 9월 미국의 관세 인상 계획 발표 후 중국이 대응책을 마련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나머지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은 생활필수품의 비중이 커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고려해 관세 부과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국금센터는 전망했다.

따라서 미중 양국이 당초 협상시한으로 잡았던 6월28-29일로 예정된 G20 정상회의를 목표로 협상을 이어간 후 타결에 이른다면 금융시장의 충격도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고 국금센터는 밝혔다.

외환시장 개입…정부 미중 대치국면 장기화 대응책 마련에 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의사를 밝힌 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렸고, 서울 증시와 외환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달러/원 환율은 이날 올해 최고치인 1182.9원까지 상승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과 실개입으로 1170원 중후반대로 상승폭이 완화됐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당국이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급등세가 진정 됐다”고 확인했다.

주식시장도 약세 흐름이 이어졌으나 코스피지수가 4일간의 하락장에서 벗어나 소폭 반등했다.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0.29% 상승한 2180.04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0.22% 하락한 722.62로 거래를 마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1급 간부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동향을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에서 홍 부총리가 “최근 미중 무역협상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외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합동점검반을 중심으로 관계기관간 공조체계를 긴밀히 유지하면서 필요시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태세를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재부는 이날 오후 방기선 차관보와 김회정 국제경제관리관 주재로 산업부, 금융위, 한은, 금감원, 국제금융센터 등 관계기관과 합동점검반 회의를 개최해 미중 무역협상 진행 상황과 이에 따른 국내 시장 및 실물경제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정부는 그러나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거나 장기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정부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중 양국의 힘겨루기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정부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시 외환시장 개입이나 외화 유동성 공급 등으로 대응하고 수출과 실물 경제 위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출 업체에 대한 수출 금융지원 등으로 대응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