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조짐을 보이는 듯했던 수출이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으나, 정부는 여전히 경기 흐름이 2분기 들어 다소 개선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1분기 GDP 성장률이 속보치보다 낮은 마이너스 0.4%로 조정됨에 따라 정부 전망치는 물론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은 전망치 2.5%는 남은 3개 분기 동안 전기대비 1% 이상의 성장세가 이어져야 달성이 가능하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이 녹록지 않아 매 분기 1%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1분기 성장률이 워낙 부진해 연간 성장률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경기 흐름은 2분기에 다소 개선되고 있고, 수출 감소 등 등락을 보이는 월별 경제지표와 달리 2분기 GDP는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저효과와 정부 지출 확대가 2분기 성장률에 크게 작용할 전망이어서 민간 주도의 바람직한 성장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기 침체를 거론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459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9.4% 감소, 4월의 2.0%보다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수입은 1.9% 줄어든 436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따라서 무역수지는 22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 88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단가 하락과 기저효과 등으로 30.5% 급감했고 석유화학도 중국 수요 부진 등으로 16.2% 줄었다. 반면에 자동차는 13.6% 증가했고 특히 전기차 수출이 58% 급증했다. 선박 수출도 44.5%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대중국 수출이 20.1% 급감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Asia Times와의 전화 통화에서 “5월20일부터 31일까지 수출 실적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보통 월말로 가면서 수출이 늘어나는데 5월에는 20일 이후 일평균 수출액이 21억 달러로 4월까지의 평균 23억 달러보다 줄었다. 올해 연간 2%대 초반의 GDP 성장률이 가시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3일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확연한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2분기 들어 경기 흐름이 1분기보다 나아지고 있다”며 “소비를 보면 4월 소매판매가 기저효과로 감소하긴 했지만, 지수 수준 자체가 꽤 높다. 흐름은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소매판매는 3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특수가 발생해 3.5% 급증한 후 4월에는 기저효과로 1.2% 감소했다. 하지만 4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11.4로 1분기의 108.5 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는 다만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향후 경기 흐름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수출 부진이 5월 제조업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소비심리도 다시 위축돼 5월 지표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을 2.6-2.7%로 전망하고 있으나,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소폭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0.1%p 하향조정한 바 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2분기 들어 경기 흐름이 나아지고 있다”며 수출 부진에도 “2분기 성장률이 1%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발표하는 수출은 금액 기준이나 GDP에 반영되는 수출은 물량 기준이다. 또 GDP에는 수출과 수입의 차이인 순수출이 반영되기 때문에 수출이 감소해도 수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성장에 기여한다. 이런 이유로 올해 1분기에 수출이 감소세를 보였으나 순수출의 GDP 기여도는 플러스 0.2%포인트를 기록했다.

1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정부 지출의 기여도가 마이너스 0.6%를 기록한 게 역성장의 주요인이었다. 정부는 SOC 투자는 물론 4월부터 기초연금 지급액을 늘리고 건강보험 적용대상도 확대하는 등 이전지출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따라서 정부 부문의 GDP 성장 기여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소비 진작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2분기에 1분기보다 경기가 나아지는 흐름인 건 맞는데, 어느 정도 나아질지는 모르겠다”며 “GDP를 놓고 얘기하면 정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 전문가도 “작년 4분기에 성장률이 높았던 이유가 정부 재정지출에 따른 다양한 효과가 일시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인데 이번 2분기에도 그럴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산업활동동향이나 수출 지표를 놓고 성장률을 추정한다면 서프라이즈가 있을 수도 있다. 2분기 GDP 산출까지 아직 1개월이 남아 있는 상태기 때문에 정부가 상당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문가는 2분기 성장률이 급반등해도 큰 틀에서 보면 뚜렷한 변화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지표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큰데 사실은 그렇게 큰 변화는 없다”며 “1분기 GDP도 정부 지출 기여도가 급격하게 약화하면서 전기대비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대비로는 1.7% 성장했기 때문에 확 나빠진 건 아니다. 5월 수출도 마찬가지다. 아직 자세한 분석은 못 했지만, 일단 수출입 동향에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성장률 2.5-2.6% 수준이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이 조금씩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과거에 정책으로 사용됐던 주택 건설 붐이나 반도체 특수 등에 의한 반짝 (경기) 상승을 제외하면 이런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