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판 리먼 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국은 채권 시장을 뒤흔들 만한 디폴트나 자본 유출을 경험하지 않았다.

지난달 발생한 바오샹은행 국유화는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조치였다. 개별 금융기관의 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지 않도록 정부가 개입했고, 시장은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수면 아래에서 균열 조짐이 발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환율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의 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인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여섯 번 금리를 인상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정책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중국인민은행도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 전망이 확산하며 전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중국 시장은 예외다. 중국 국채 투자 수익률은 4월에 0.1% 하락하는 등 주요 국채 시장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 저하 폭이 크지 않았지만, 주요국 국채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이 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 중국 국채는 급등했을 것이다. 무역 전쟁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에 시장이 주목했을 것이다.

중국 국채 가격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에 대해 쑤저우증권의 천리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를 뒤흔들었고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상보다 큰 재료가 아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이 쌓여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런 현상에 위안화 평가 절하 압력이 더해지면서 퍼펙트 스톰에 가까운 정도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이 현재의 중국 국채 수익률을 설명해주고 있다. 10년물 중국 국채 수익률은 3.25%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2.06%와 호주 국채 10년물 수익률 1.28%,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 마이너스 0.28%보다 높다.

중국 경제가 더 선진화됐다면 중국 채권시장에서 유출된 자금은 선전이나 상하이 증시로 유입됐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동남아와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바오샹은행의 국유화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측근들의 의도와 반대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규제 당국과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할 때 가끔 시장이 이를 반기지만 미국의 사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98년 미국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뉴욕 연방은행이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막았지만, 시장은 요동쳤다.

바오샹은행의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우려가 있다. 바오샹은행이 내몽고에 있는 은행이지만 상하이나 선전 등 주요 금융중심지 인근의 은행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을 기피하고 있고 자금 확보가 필요한 많은 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형 은행과 증권사의 자금조달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휘발성 강한 이슈

제로헤지사의 애널리스트들은 리먼 사태 전후로 은행이 중국 국채나 국책은행 채권만을 담보로 받으려고 하면서 환매조건부로 회사채를 담보로 돈을 빌리기 매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이 바로 회사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균열이다. 시장의 위기는 별다른 경고 없이 상상하는 것보다 빠르게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 2008년 리먼 사태도 그렇게 발생했다.

중국과 같은 신흥국은 더 큰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중국의 개입주의가 채권 수익률과 국채와 회사채 스프레드의 급격한 변동을 막고 있다. 미디어와 인터넷에 대한 검열과 함께 중국 정부는 중국 시장의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해외 연구 기관들을 배제하거나 깎아내리고 있다.

이달 초 중국은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를 위한 채권 발행 확대를 허용했다.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돈을 고속도로나 철도 건설 프로젝트의 지분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 금융시장을 둘러싼 리스크가 가중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 유입을 촉진하려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더욱 부적절하다. IMF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채권 보유 비중은 8%로 약 4배 증가했고,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