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중국을 믿지 말라.” 이달 홍콩 샤틴 지구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한 홍콩 시민의 발언이다.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잃지 않으려 싸운다. 홍콩이 중국이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홍콩의 대규모 반중 시위는 송환법 문제로 촉발됐으나, 근본적으로 홍콩의 자유를 수호하려는 시위다.

시위대는 지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유지된 “일국양제” 체제가 실질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의 대규모 반중 시위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지역 엘리트와의 경제적 협력과 차관을 통해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제공하는 차관은 “부채의 덫”이라는 논란과 함께 해당국의 주권 약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왔다.

경제 원조와 투자를 통해 아시아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중국의 장기 전략은 점차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홍콩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 정부가 언론 자유와 집회의 자유, 참정권 등 홍콩의 독특한 정치 체계를 약화하며 일국양제에서 일국의 측면을 강화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중국의 투자로) 많은 돈을 벌어도 자유는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가자도 “중국은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경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며 “아시아 국가는 자유와 자국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점점 아시아 지역에서 보편화하고 있다. 아카데미아 시니카(Academia Sinica)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다수의 대만인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보다 대만의 주권 수호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몇 년간 대만은 중국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면서 중국과 멀어지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6월 기자에게 “우리는 이제 독립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며 “중국이 경제력을 지렛대로 활용한 이후 국민이 경제적인 독립을 포함한 독립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각국은 송환법으로 촉발된 홍콩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대선을 앞둔 대만이 홍콩 사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만 분리주의자인 차이 총통은 지지율에서 친 중국적인 성향의 한궈의 카오슝 시장과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선호하는 재계 인사 테리 구에 앞서고 있다.

홍콩의 반중국 시위는 대만의 민주주의와 사실상의 독립을 위협하는 중국에 대해 지속해서 경고해 온 차이 총통의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2018년 8월 열린 기자회견 중 발언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 AFP)

 

필리핀에서는 중국을 우방으로 포장하려는 로베르토 두테르테 대통령의 노력이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중국의 필리핀 투자조건에 대한 우려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정책에 대한 내부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홍콩이나 대만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필리핀 국민은 중국의 대규모 투자 약속에 대해 회의적이다. 중국의 투자에 대한 우려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가 투명성이 결여되고 일방적인 중국의 투자조건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중국의 돈을 빌린 나라가 “부채의 덫”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필리핀의 저명한 치안판사 안토니오 카르피오 판사는 중국이 에너지원 매장량이 풍부한 필리핀 영해 등 필리핀 정부 자산을 노리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중국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용 차관을 제공하면서 정부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다는 얘기다.

카르피오 판사는 이달 18일 기자에게 “정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중국은 남중국해 등의 필리핀 전략 자산을 취하기 위해 부채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함반토타항의 통제권을 중국 기업에 넘긴 스리랑카의 예를 들면서 “중국의 의도를 순진하게 받아들이지 말자”고 강조했다.

2019년 6월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반중 시위. (사진: AFP)

 

필리핀 국민의 반중 감정을 더욱 자극한 것은 남중국해에서 드러난 중국의 공격성이다.

지난달 분쟁 지역이자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 지역인 남중국해 인근 리드뱅크에서 중국 민병대 함정으로 의심되는 배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필리핀 어선 한 척을 들이받아 침몰시켰다.

다수의 필리핀 국민은 두테리테 정부가 중국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필리핀 국민의 93%가 필리핀 정부에 현재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나,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을 중국으로부터 되찾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여론 조사에서 필리핀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 필리핀 정부가 국제기구나 나라와의 공동 대응을 통해 중국의 필리핀 영해 침범을 저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SWS가 6월22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51%의 필리핀 국민이 중국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펄스 아시아(Pulse Asia)의 여론 조사에서는 중국이 가장 신뢰하지 않는 강대국으로 꼽혔다.

중국은 베트남에서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있다. 99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이 베트남의 국부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지난해 베트남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뱅가드뱅크 영유권 문제로 베트남에서 새로운 반중 시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뱅가드뱅크는 에너지원 매장량이 풍부한 해역으로 베트남의 경제적대타수역과 중국의 구단선이 겹치는 지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의 선(구단선)을 긋고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 남중국 주변국인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과 분쟁이 빚어졌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는 동남아시아의 선거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총리가 반중국적인 수사를 사용하며 선거전을 펼쳐 전임자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야당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친중 행보를 비판하면서 선거에서 약진했다.

지난해 실시된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 결과 아시아인들은 이 지역의 리더로 중국보다 미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