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로 한국의 테크 상품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면 전 세계 테크 상품 중간재 공급망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 간 투입산출표( Inter Country Input-Output table: ICIO)에 따르면 한국의 테크 제품이 전 세계 중간재 테크 상품 투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9%를 차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산 중간재 테크 상품의 투입 비중이 10% 가까운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은 한국이 전 세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70% 이상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산 테크 제품의 생산 차질이 세계 중간재 테크 상품 중간재 공급망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OECD 국가 간 투입산출표가 시사하는 것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의 김양팽 연구위원도 “ICIO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9%는 작은 게 아니다”며 “여러 가지 전자 부품 등을 적지 않게 수출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JP모건의 지적처럼 “D램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합치면 올해 1분기 한국산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고 낸드 플래시도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휴대전화나 다른 전자기기에 D램과 낸드 플래시가 다 들어간다. 이게 없으면 전자제품을 못 만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생산 차질을 겪게 된다면 세계 테크 중간재 시장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램 현물가 상승

한국 반도체 업체의 생산 차질 우려로 애플이나 아마존 등 주요 글로벌 고객사들로부터 안정적인 D램 공급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D램 현물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주요 업체들의 문의가 들어오는 건 당연하다”며 “주목할 일은 작년 10월부터 계속 떨어지던 D램 가격이 7월10일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부 D램은 10여 일 사이에 25% 이상 올라 D램 슈퍼 호황기에 경험했던 수준의 상승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기가비트 D램 현물가격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직후인 5일 3.03 달러에서 19일 3.736 달러로 23.2% 올랐다. 이보다 사양이 낮은 DDR3 4기가비트 D램은 같은 기간 동안 1.42 달러에서 1.775 달러로 25% 상승했다.

최근 가격이 오른 것은 D램 현물가격이다. 보통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들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현물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의 현물가격 상승이 장기공급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장기공급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장기공급가격이 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가격이 하락하면서 재고를 확보할 필요가 없어 고객사들이 추세를 관망했기 때문이었다”며 “현재는 소매상이 사가는 가격이 오른 정도지만 앞으로 대형 고객사도 반도체 재고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공급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물가격으로 거래되는 제품은 주로 PC용으로 중저가 제품 위주”라며 “대형 고객과의 장기공급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하고 “여전히 D램 공급 초과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재고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JP모건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재로서는 실제로 반도체 소재 수출 축소로 이어질지 분명치 않고 한국 기업들이 당분간 생산을 이어갈 정도의 재고를 확보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에칭가스 수출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국내 업체가 생산 차질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1-2개월 정도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중국산과 대만산 에칭가스를 수입해 순도를 높여 판매하는 국내 업체의 에칭가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양산에 사용하려면 수개월이 걸리고 에칭가스의 순도가 떨어지면 생산 수율이 떨어지고 품질이 저하될 수도 있다.

JP모건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량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