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은 6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패닉에 빠지는 듯했으나,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원화 급락세가 진정됐다.

중국 외환당국이 기준환율을 7위안 밑으로 고시하고 환율 안정을 위해 300억 위안 규모의 중앙은행 채권을 발행하기로 하는 등 환율 안정 의지를 보인 것도 원화 급락세를 진정시킨 요인이 됐다.

하지만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여건은 여전히 원화 약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 무엇보다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중국이 달러/위안 환율 7위안선 상향돌파를 허용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되는 조짐을 보인 가운데, 이에 따른 증시 불안과 외국인 주식매도 가능성 등으로 원화 약세 전망이 여전하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원화 약세 요인이긴 하나, 현재로서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일본 기업의 부품과 소재 수출 절차가 복잡해지고 수출 허가 기간이 길어지겠지만, 수출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외환당국 개입 등으로 보합세 마감…중국도 위안화 급락에 제동

달러/원 환율은 이날 전일 대비 4.7원 상승(원화 가치 하락) 한 1215.3원으로 개장한 후 한때 1223.0원까지 상승했으나,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반락한 전일 종가와 같은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은 한때 1209원까지 하락했으나, 외국인이 주식을 6000억 원 이상 매도한 영향으로 막판에 다소 반등했다.

외환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Asia Times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긴장했다“며 개입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시장 불안요인에 대해 단호한 시장안정조치(외환시장 개입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외환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시장의 안정, 특히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관계기관합동점검회의 모두 발언에서 ”과도한 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이미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상황별 시장 안정 조치들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달러/위안 환율 7위안 선 돌파를 허용했던 중국 정부도 급격한 위안화 가치 하락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은 일단 이날 기준환율을 시장 환율보다 낮은 7위안 아래로 고시하면서 확전을 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인민은행은 또 환율 안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중앙은행 채권을 14일 홍콩에서 300억 위안 규모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 외환 전문가는 “시장 환율은 이미 7위안을 넘었는데 기준환율을 이보다 낮게 7위안 밑으로 고시한 것은 환율 안정을 원한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며 “중앙은행 채권은 위안화가 약세일 경우 위안화 표시 중앙은행 채권을 발행해 위안화를 흡수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채권 발행을 발표한 것도 환율 안정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의 추가 절하를 용인할 수 있으나, 자본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급격한 절하를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환 전문가는 “위안화가 급격하게 하락해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면 자본유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이미 미국의 관세 부과의 대응조치로 7위안 선 돌파를 용인한 만큼 다시 달러/위안 환율을 6위안대로 되돌릴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위안화와 강한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원화도 약세 흐름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문가는 “원화 약세 압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환율 대응과 글로벌 주가 흐름, 외국인 주식투자자 동향 등의 변화에 따른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계기로 미-중 간 갈등이 커지고, 위안화 변동성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국내외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