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으로만 보면 틀린 생각이다.” 

 

분명 이것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겸 재무상이 한 불길한 말이자·일 무역전쟁과 관련한 가장 솔직한 입장이다. 그가 주말에 이렇게 밝힌 대로, 지금 한·일 양국의 상황은 단순한 상품 수출입을 둘러싼 논란을 뛰어넘어 다양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한 마디로, 양국이 세계 경제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제적 차원의 유혈 갈등’을 벌이고 있다.  

물론 문제는 이 싸움이 얼마나 크고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과 안정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느냐 여부다솔직히 말해서이코노미스트들은 위험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이와 같은 한·일 싸움의 선례를 목격한 적이 없다

선례를 찾기  ·일의 경제 싸움 

·일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서로에게선례를 찾기 힘든 경제적 타격을 가하고 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결정에 대해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망가뜨리고 글로벌 경제에 큰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 간 다툼이 가열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중 무역전쟁 속에서 이미 한국의 수출과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고 있는 모양새다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식으로 한국의 수출 엔진을 공격하면 한국 경제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지난달 한국은행은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반대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일본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줄지는 아직 단정하기 힘들긴 하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큰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한국은 일본에 미국과 중국을 빼고 세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다중요한 건 누적 효과다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여파로 일본의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7월 지표가 발표되면 8개월 감소한 것으로 나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유니클로무지다이소세븐일레븐 등에서 파는 일본 제품 안 사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이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감하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반드시 경기침체에 빠질 정도의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다결과적으로 기업과 소비자간(B2C)보다는 기업간(B2B) 경제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그리고 후자는 보이콧하기도 훨씬 쉽고보이콧의 효과가 더 눈에 잘 띈다아시아 내에서 한국은 대만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돈을 일본에 직접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따라서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보이콧이 일본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느냐 여부는 논쟁 거리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본 경제의 전반적 상황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최근 로이터 통신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2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그런데 이때 일본 맥주애니메이션, J게임 회사영화그리고 물론 여행에 대한 한국 내 반발이 거세진다면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항공사들은 일본행 비행기 편수를 줄이거나 소형 비행기로 대체하고 있다제주항공에어부산티웨이 등 저가 여행사들도 마찬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안 좋은 일본 경제…한국의 ‘일본 안 가기’,  ‘일본제품 안 사기’ 운동을 버텨낼까 

지난 2012년 이후 엔화 가치가 30% 하락하면서 일본 관광업계에 활기가 돌았다그러자 도쿄 외 지역도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외곽 도시로 외국인들을 유인하기 위한 노력이 펼쳐졌다그런데 한국의 저가 항공사들이 바로 이런 도시들로 가는 항공편을 줄이게 되면 결국 오이타와 쿠마모토 같은 남서부 도시들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난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 전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 결정이 일본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일본 수출 업체들에게 가장 큰 위험은 한국 기업들이 특히 산업 부품 등의 분야에서 그들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아울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는 DRAM과 NAND 플래스 메모리 드라이브의 세계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그들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기타 IT 부품들의 핵심 공급 회사들이다한국산 주품의 가격이 오르고부품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일본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국가가 분노할 것이다

아베, 정치적 계산에 따라 한국 때리기?   

하지만 아베 총리는 경제적이 아닌 정치적 계산에 따라 한국을 공격하고 있을 수 있다일본은 점점 더 우경화되고 있는 가운데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작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국에 대응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해왔다이 판결은 한국의 위안부 합의 파기 논란으로 격앙된 일본 우익세력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 보복하려다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무기화‘(weaponized interdependence)란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최장기간 성장이란 아베 초일가 이뤄낸 한 가지 실질적 업적이 이제 무너지고 있다일본의 임금은 5개월 연속 하락했고인플레이션은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2%의 반도 도달하지 못했다또 경기침체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때 국민들의 관심을 경제에서 다른 곳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한국 때리기에 나선 건 자민당의 진부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그러한 충동이 진정 경제적인 공격으로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라그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도 여러 가지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한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청년 실업률은 10%를 넘는다또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파업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이와 동시에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수출 엔진도 이중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일감정 조성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문 대통령이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건 싸움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하지만 싸움이 2020아니면 그 이상으로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베 경제는 고통을 느낄 것   

그리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에 맞선 싸움은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퍼지는 싸움만큼이나 아래에서 시작해 위로 퍼지는 싸움이다중국의 미국 제품 보이콧이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인 반면일본에 맞선 한국의 싸움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벌이는 싸움이다이 싸움이 지속된다면 아베 경제에 고통을 가할 수 있다

양국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또한 이와 비슷한 선례가 없다·일 양국이 수십 년 동안 역사적 및 외교적 다툼을 벌여왔지만경제 분야로 싸움 장소를 옮기는 건 위험하고도 새롭다이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그리고 GDP와 공급망 교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윌리엄 페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