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를 지향하는 시위사태를 방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을 인용해 중국 군대가 홍콩 접경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중국 정부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지지와 반대 진영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미국의 오랜 정책을 폐기하면서 중국이 세계적인 금융과 무역 중심지인 홍콩의 대규모 시위사태에 개입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시위대가 홍콩 공항에서 경찰과 충돌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홍콩 사태에 대해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며 양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중국을 포함한 모두를 위해 (홍콩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며 ”평화적으로, 누구도 다치지 않고 죽지 않으면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태 진정을 촉구한 트럼프

이런 발언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보기관이 ”중국 정부가 군대를 홍콩 접경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알려왔다“며 ”모두가 진정하고 안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선전에서 찍힌 중국 군용 트럭을 리트위트했다.

하지만 홍콩 시위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발언은 없었다.

홍콩은 지난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4개월 이상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중국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시위대와 홍콩 정부를 향해 폭력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을 뿐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인 니콜라스 번즈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교수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사태에서 시위대와 중국 양측 모두를 고려한다며 ”용기를 보이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지지해야 할 유일한 쪽은 홍콩 주민들의 민주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시진핑에 개입 빌미 제공한 트럼프

지난 7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사태를 대하는 시진핑 주석의 접근 방식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콩에서 백색테러로 추정되는 괴한의 공격으로 45명의 시위 참가자가 병원으로 호송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그들이 원하면 시위를 중지시킬 수 있다“며 ”시진핑 주석은 매우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며칠 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통상정책을 맹비난했지만, 홍콩 사태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는 ”충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기 때문에 ”홍콩과 중국 사이의 문제“라는 얘기였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외교 전문가 토마스 라이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홍콩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재임 중 최악의 외교 정책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3일 발언은 미국 의회의 입장과 다르다. 공화당의 원로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홍콩의 상황에 대해 ”미중 관계의 본질을 보여줄 결정적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지 30년이 지난 후 모든 미국인은 홍콩의 평화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이 시위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그들의 도덕적 권위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도 홍콩 시위를 중국 내부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탄압의 역사를 고려할 때 접경지역으로 집결하는 중국 군대는 심각한 우려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더욱 직설적인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다. 짐 맥거번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잘못된 계산을 불러올“ ”위험한“ 발언이라며 ”평화 시위를 탄압하면 심각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중국 정부에 경고하라“고 촉구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 활동가를 지원하는 게 미국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이런 활동가들이 미국이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때 미국이 침묵하는 것은 이들에게 엄청난 손상을 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외교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