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장단기 국채금리가 모두 마이너스로 진입한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일본과 독일에 이어 영국과 미국 등으로 마이너스 국채금리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처럼 주요국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돼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제금융센터는 5일 자 보고서를 통해 ”실질금리 하락과 기대 인플레이션 저조, 필립스 곡선 평탄화 등을 감안할 때 독일에 이어 영국, 미국 등도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일본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국금센터는 JP모건체이스 등 일부 기관은 독일도 일본과 같이 유동성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동성함정은 시중에 돈이 풍부해도 기업의 생산과 투자,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지 않고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유동성함정을 겪은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990년대 제로금리를 유지했으나,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을 겪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에도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도 저조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독일이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독일의 장단기 국채금리는 스위스와 네덜란드에 이어 모든 만기에 걸쳐 마이너스로 진입했다. 단기물보다는 장기물의 하락 폭이 컸다.

경기 개선 없으면 독일 마이너스 국채금리 지속 전망…세계경제 일본화 확대 가능성

국금센터는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ECB의 통화완화 기대감과 경기 하방 위험 확대, 저조한 신규 국채발행 등 펀더멘털과 함께 수급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현재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통해 7000억 유로의 장기저리대출을 제공하는 한편 2조6000억 유로의 자산매입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ECB가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와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출 부진 등으로 2분기에 마이너스 0.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3분기 전망은 소폭의 반등과 마이너스 성장 지속 전망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국채 수급 문제도 독일 국채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균형재정원칙 때문에 신규 국채발행이 저조한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의 국채 보유량이 늘어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채 물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독일 재무부에 따르면 신규국채발행은 2009-2013년 중 평균 2948억 유로에서 2014-19년 중에는 1878억 유로로 감소했다.

국금센터는 채권 수급 여건이 개선돼도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부진과 저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독일 정부가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 국채 발행을 늘리면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금리 하락세가 완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국채금리 하락세는 유로존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15개 유로존 국가 11개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도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씨티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영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일 현재 0.403%에 그치고 있다.

채권금리 하락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약 17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채권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지난 연말의 8조3000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유럽 채권은 8조7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금센터는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을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적 대응 능력이 고갈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저금리 상황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단기간 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경기둔화에 대한 대응으로 연준이 정책금리를 0% 수준까지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재개하면 마이너스 금리나 제로 금리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JP모건체이스는 전망했다.

금융시스템 안정성 저하

국금센터는 ”마이너스 금리 추세 지속은 은행뿐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은행업은 마이너스 0.4%의 금리하에서 연간 24억 유로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독일 금융권은 이미 기업고객에 비용을 전가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소매금융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마이너스 금리에 특히 취약하고, 기준금리가 0.2%p 인하할 경우 도이치뱅크의 올해 추정수익은 42%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은 예금자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마이너스 예금 금리를 불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보험사와 연기금도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국금센터는 ”유럽 보험회사들은 의무적으로 장기국채에 투자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어 장기국채의 마이너스 수익률이 확대될 경우 역마진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