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후 반등세가 이어졌던 채권금리가 부정적인 경제지표 영향으로 3일 하락세(채권값 상승)로 돌아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5bp 내린 1.228%, 5년물은 0.7bp 하락한 1.290%, 10년물은 1.3bp 하락한 1.331%로 거래를 마감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 경기 둔화,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등으로 강세를 보이던 채권은 급등에 따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가운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 내년 국고채 발행 급증에 따른 물량 부담이 더해지면서 전날까지 강세가 이어졌다. 5년 이상 장기채 금리는 저점 대비 10bp 이상 상승하며 장단기 금리 차도 좁혀졌다.

정부는 경기 하방압력에 대응하고 한일 무역갈등에 따른 부품 소재 산업 육성을 추진하기 위해 내년 총지출 규모를 사상 최대규모인 513조5000억 원으로 결정했다. 내년 국세 수입이 0.9%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재정지출 규모는 올해 본예산 대비 9.3% 늘어남에 따라 내년 적자국채 발행이 26조40000 억 원 급증하면서 예산안의 내년 국고채 발행계획은 사상 최대인 130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의 101조6000억 원에서 30조 원이 늘어난 것이다. 적자국채 발행을 포함한 순증 발행이 71조3000억 원으로 26조8000억 원 늘었다. 만기도래하는 국고채 상환과 바이백이나 교환을 위한 시장조성용 국고채를 합한 차환 발행은 59조3000억 원으로 2조1000억 원 늘어났다.

국고채 발행 물량 급증 금리 하락 제약 요인…흐름은 못 바꿔

전문가들은 30조 원에 달하는 국고채 발행 물량 증가가 채권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신동수 채권 애널리스트는 2일 자 보고서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채권금리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절대금리가 낮아져 투자 매력이 약화됐고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 선반영으로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이익 기대도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도 국고채 발행 급증으로 수급 경계감도 높아졌다“며 ”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금리의 하락 강도가 약해지고 변동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채권금리가 많이 하락했고 국고채 발행물량이 시장 수급 상황을 악화시켜도 채권금리 상승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브렉시트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8월 수출이 13.6% 감소한 가운데, 이날 발표된 2분기 GDP 성장률도 1, 0%로 속보치보다 0.1%P 하향 조정됐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0.04% 하락하는 등 한국 경제 상황도 여전히 채권에 우호적이다.

정부와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소폭 하락한 것과 관련,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과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근원물가는 0.8% 상승했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수요 압력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일시적인 요인을 제거한 물가 흐름을 보면 디플레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디플레 전망이 너무 나간 얘기라고 해도 8월 소비자물가가 한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운 건 분명하다.

유진투자증권의 신동수 채권 애널리스트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여전하고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도 크다“며 ”현재 추세로 보면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2% 달성이 어려워 보이는 등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사상 최대규모의 국고채 발행이 채권금리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지만 금리 하락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급증하는 국고채 발행 물량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협상이나 브렉시트의 진전 같은 채권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시장의 물량 소화 부담이 부각되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채권 전문가는 ”국고채 발행 급증에 따른 수급 불안 우려에 대비해 정부가 국고채를 발행할 때 시장 상황을 잘 살피면서 만기물별 발행 비중 등 적절한 발행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국고채를 매월 균등하게 발행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균등 발행 기조가 이어진다면 내년 월평균 국고채 발행 규모는 올해의 8조5000억 원 내외에서 10조9000억 원으로 매월 2조4000억 원이나 늘어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고채 입찰 시 응찰률이 200-300%에 달하는 등 국내 발행 시장이 두터워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늘 시장과 협의하면서 국고채를 발행해 왔다“며 ”앞으로도 협의를 통해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이달 16일부터 판매할 20조 원 규모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도 부분적으로 채권금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금공은 안심전환대출을 주택저당채권(MBS) 발행을 통해 유동화할 계획이다. 발행 규모는 대출 규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미정이고 발행 시기도 결정되지 않았다.